이진현·김승대 릴레이골
인천에 2대1 역전승… 2연승
공·수 균형과 조직력 살아나

“경기가 너무 재밌어서 진짜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포항스틸러스가 달라졌다. 선수들의 패스가 정교해졌고, 공을 잡고서 어쩔 줄 몰라했던 예전과 달리 침착해졌다. 무엇보다 경기가 흥미진진해졌다.

지난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0라운드 포항과 울산의 동해안더비에서 포항은 2-1 기쁨의 승리를 맛봤다. 리그 2위로 6승 2무 1패, 경기당 1.44골을 기록하고 있는 울산은 이날 포항에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최근 4경기 상대전적에서도 3연패로 뒤지던 포항은 이날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승리를 쟁취, 동해안더비 자존심 회복은 물론 리그에서도 순위가 상승해 중위권인 6위로 도약했다.

이날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은 4-5-1 포메이션으로 지난 수원전과 같은 라인업으로 선수들을 꾸렸다. 공격진 원톱에 김승대를 주축으로 중원에는 완델손-이석현-이진현이 공격을 뒷받침하고, 이수빈과 정재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수비진영은 좌·우로 이상기와 김용환이, 가운데서는 전민광과 하창래가 선발로 나왔다. 골문은 류원우가 책임졌다.

이날 보여준 포항의 경기력은 전과 많이 달랐다. 5득점으로 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의 에이스 주니오를 비롯해 최근 경기력이 우수한 울산을 상대로 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였다.

주니오는 전·후반 내내 포항 수비수인 전민광과 하창래에 막혀 공조차 잡을 수 없었다. 또 적재적소에 맞춰 이상기와 김용환, 이수빈과 정재용이 최후방까지 내려오면서 울산의 전방위적인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냈다. 여전히 세컨볼 장악에는 빈틈이 보였지만, 수비와 미드필더 진영의 조직력이 유기적으로 변한 건 분명했다.

조직력은 공격에서도 빛났다. 그 중심에는 물론 ‘포항의 아들’ 김승대가 있었다. 자신의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경기장 온 곳에서 김승대의 활약은 100% 이상이었다. 이날 김승대는 전반전 이진현의 골을 도왔고, 후반전에는 자신의 별명인 ‘라인브레이커’에 걸맞게 직접 울산의 심장에 쐐기골을 박는 등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중원에서는 정재용과 이수빈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정재용은 전반 9분 깜짝 중거리슛을 시도, 친정인 울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매 공격마다 포항의 이음새 역할을 하며 ‘포항맨’으로 자리잡았다. 신예 이수빈 역시 필요한 순간마다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도 주효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던 이석현을 과감히 빼고 하승운을 투입한 김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하승운이 공격 진영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하승운의 패스가 울산 골키퍼 오승훈의 손에 맞아 팅겨져 나왔고, 그 공을 김승대가 침착하게 밀어넣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또한, 완델손과 교체돼 출전한 최용우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2-1로 포항이 경기를 리드하고 있는 와중에 들어간 최용우는 교체 투입되자마자 울산 골문 앞에서 멋진 발리슛을 시도, 울산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에도 공격과 중원을 오가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용우는 K3리그 득점왕 출신으로 지난달 8년만에 K리그로 복귀한 기대주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향후 데이비드, 김승대와 더불어 포항의 공격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기동 감독 체제 이후 포항은 현재 2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전에서 1-0로 이겼지만,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팬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이번 울산전까지 2-1로 이기면서 “포항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는 물론, K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오는 11일 상대적으로 약체인 인천, 경남(19일)과의 경기를 이기고 오는 25일 스틸야드에서 서울까지 잡게 되면 포항 팬들이 기다리는 ‘K리그 우승 6회’라는 금자탑을 올해 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부터 포항스틸러스의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 /이바름기자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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