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아직 중국의 위안화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 통화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점유율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런던시장에서 파운드보다 위안화 거래가 더 많고, 러시아의 경우 이미 외환보유고의 15%가 위안화다. 시간이 갈수록 위안화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이유들로 인해 달러의 점유율을 가져 올 것이다.

첫째, 석유결제 통화로 위안화가 포함되어 갈 것이다. 산유국들 가운데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상당 국가들이 미국을 싫어한다. 이들 산유국이 결제통화로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도 받는다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일부 팔아 위안화를 사야 한다. 그 만큼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산유국 기업 가운데 중국에게 파는 석유에 대해서는 이미 위안화로 결제하는 곳이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을 제재한다. 이란이 수출하지 못하는 석유를 사우디가 대신 팔 것이다. 즉 미국은 말 잘 듣는 사우디를 챙겨주려는 계산이다.

사실 유럽도 달러 단일결제 통화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한다. 꼭 비싼 달러를 사서 석유를 구입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싸게 살 수 있는 통화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 됐다. 그만큼 석유 거래에 있어 위안화 결제의 명분이 생길 전망이다.

둘째,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다른 나라 물건을 사 줄 수 있어야 ‘큰 형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것이 ‘패권’이다. 중국의 내수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므로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있다. 1900년대 전반 미국은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세계경제 재건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R&D)과 설비를 바탕으로 패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보다는 맞춤형 소비가 세계경제를 주도할 것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아시아 지역으로 패권이 넘어 올 수 밖에 없다.

셋째, 중국의 저축 감소로 인해 금융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지는 것도 위안화 절상 요인이다. 중국은 사회보장이 미흡해서 개인들이 저축을 많이 했다. 그런데 2013년 경제활동인구가 정점을 찍은 이후 저축이 줄고 있다. 이제는 저축했던 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는 반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늘어간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중국의 경상적자가 커지고 있다. 즉 중국 내부에서 돈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중국이 물건을 판 대금을 해외로 보내는 나라가 아니라 국내에서 모자라는 돈을 채우기 위해 외국에서 자금을 들여 와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려면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위안화의 사용처가 늘고, 유동성이 증가할수록 통화의 가치는 증가한다.

모건스탠리(MSCI)는 신흥국 주가지수에서 중국의 편입비중을 20%까지 높여 갈 계획임을 발표했다. 세계 대표 채권지수(Global Aggregate Index)에서도 중국 채권 비중이 수년 내 20∼25%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단, 중국 위안화로의 패권 이동 속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아직 분화되지 않은 조직 같다. 지금 개방 의지는 보이지만 미국이 흔들면 다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은 2015년에도 그렇게 흔들었고, 그 당시 중국정부는 증권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등 미숙한 태도를 보이며 신뢰를 잃기도 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태양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 위안화의 편의성이 여러 국가들에 의해 체감될수록 위안화로의 통화패권 이동은 순식간에 진행될 수 있다. 미국 달러가 1950년대 기축 통화로 자리를 잡는 모습도 그랬다. 여러분들은 자녀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가? 위안화 자산을 공부시키고, 사 주시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