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리트리버.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공격적이지 않으며, 영리하고 사교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초의 안내견은 독일 셰퍼트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내견의 90% 이상은 기질, 품성, 사람과의 친화성 등이 연구되고 검증된 리트리버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센터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안내견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느껴보고 안내견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를 체험하게 해준다. 체험자들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안내견에게 의지해 체험장의 여러 환경을 걸어보도록 하는 것이다. 눈을 가린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길 한가운데 놓여져 있는 장애물을 피해가는 것이 생각보다 두렵고 힘듦을 깨달을때에 사람들은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즉 안내견의 고마움을 절감하게 된다.

그런데 안내견이 어떻게 온갖 장애물을 피해가고 계단이나 도로의 경계턱에서 시각장애인을 멈춰 세우는지 생각 해 본적이 있는가? 원리는 간단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교육을 받는 기간 내내 안내견 훈련 전문가에 의해서 산책을 하고 도로에서의 경험을 쌓으며 교육장에서 훈련받은 관계로 보행속도가 정형화되어 있고 ‘걷다 멈추다’의 반복이 잘 교육되어 있다.

도우미견은 선발된 이후부터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계단 앞에서는 멈추도록 훈련받았고 ‘가자’고 하면 계단을 오르도록 훈련 받았고, 걷는 앞에 어떤 형태의 장애물이 나타나든 일단 멈추고, ‘가자’고 하면 그것을 우회하도록 훈련받는다. 안내견에게 있어 이런 습관은 100% 유지돼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는 교육 후 함께 걷게 될 시각장애인을 크게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시각도우미견이 함께 걷는 사람이 계단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동안 습관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반복 훈련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뿐이다. 안내견은 자신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다르게 여기지 않는데, 안내견은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자신과 익숙한 훈련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반복된 훈련을 통해 훈련사와 수년동안을 그래왔듯이 계단 앞에서 멈추고, 바닥에 있는 장애물 앞에서 멈추는 것이 가능하다. ‘어, 시각장애인이 걷는데 위험한 방해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앞에서 위험사실을 확인하도록 정지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니라, ‘저 물체 앞에 가면 함께 걷고 있는 이 사람이 나에게 정지하도록 하겠지!’, ‘ 그 다음에는 나에게 옆으로 우회하라고 지시하겠지!’라고 반복 습관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길에서 안내견을 만나면 예뻐도 만지면 안되고, 먹을 것을 주거나 부르면 안된다. 다른 반려견이 다가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길에서 안내견을 만나면 예뻐도 만지면 안되고, 먹을 것을 주거나 부르면 안된다. 다른 반려견이 다가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비장애인에게 안대를 씌우고 안내견과 걷게 하거나,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걷게 할 때 사람들은 안내견에게 의지해 걷고 있지만, 안내견은 하네스를 잡고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 안대를 썼는지, 앞을 보는 것이 불편한지 생각하지 않은 채 그냥 자신을 교육시킨 핸들러와 동일하게 여긴다. 개의 입장에서 하네스를 잡은 사람은 자신을 교육시키고 리드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처럼 시각도우미견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횡단보도를 건널 때나 버스를 탈 때, 도심의 인도를 걸을 때마다 하네스를 잡고 있는 사람에 의해 교육을 받는 상황이라 생각하고 또 교육받아 온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과 살아가는 동안 여전히 교육의 연속성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각도우미견을 훈련시킨 핸들러는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을 인계하면서 장애우가 자신처럼 도우미견을 대하고 행동과 움직임도 자신과 유사하게 따라하도록 조언한다.

훈련사는 안내견에게 “너 배운대로 안전하게 잘 리드해라!‘ 하며 당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고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하세요!“, “안내견이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이렇게 대처하세요!” 라며 안내견를 데리고 다녀야할 시각장애인에게 개가 언제나 교육받는 상황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즉, 교육시켜 온 훈련사가 하던 역할을 시각장애인이 하도록 인계해 주는 것이며 시각장애인은 도우미견이 은퇴할 때까지 실수없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핸들러의 역할을 이어 나가는 두 번째 핸들러가 되는 것이지 개가 똑똑해서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처럼 개가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이 개의 문제행동을 만든다. 개의 입장과 행동이유를 알게되면 오늘날 개 때문에 생기는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