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래야 고용이 늘고 소비가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실패를 시인해야 하는 순간이다. 여러 유인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에 의욕을 잃었던 이유는 먼저 이미 시들고 있는 구경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편 신경제도 미래 기술의 방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계이므로 서둘러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 또 신경제의 특징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오히려 경쟁이 줄고 겹치는 조직이 없어 고용에 부정적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그 기술의 미완성에서 오는 부작용을 해소할수록 사람들의 직업을 본격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기계가 완전해질수록 사람들은 덜 필요해질 것이고, 출산의욕도 떨어질 것이다. 인간은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그것이 인구 축소를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소비를 줄이며 경기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결국 신경제는 편의성은 주지만 성장을 방해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세계경제가 성장이 얼만큼 둔화될 수 있는지 손을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단, 중국은 이런 역경을 계획경제에서 민간경제, 그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하며 돌파하려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저돌적인 개방공세가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중국 물건을 사주지 않는다면 중국은 스스로 소비를 일으켜야 하는데 계획경제로는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있다. 이것이 트럼프가 한 일 가운데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어쩌면 트럼프가 본의 아니게 중국을 변화시킨 인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만일 중국이 시장경제에서 성과를 내면 글로벌 유동성이 중국으로 들어가 투자될 수 있다. 최근 증시 반등의 이유를 미국과 중국의 타협 가능성에서 찾고 있는데 오히려 중국의 변화 가능성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

지금의 문제는 전통경제를 고수하고 있는 늙은 유럽에 있다.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유로화를 집중매도하고 있다. 유럽이 흔들리는 이유는 먼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가 독일에게는 통화가치 절하 효과를 주기 때문에 유럽지역에서 드물게 제조시설이 발달한 독일은 수출경쟁력을 활용하여 돈을 벌어 와 그 이득을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으로 돌입하여 제조설비를 갖고 있는 독일이 타격을 받고 있다. 만일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구체화되면 독일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독일에서 얻을 것이 줄어든다면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처럼 유로존을 이탈하려는 국가들이 증가할 것이다. 화폐의 가치는 사용주체가 줄어들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사용자의 증가에 따라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있었던 2016년 하반기에도 유로화,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는데 지금은 글로벌 저성장의 희생양이 신성장의 활력이 있는 중국보다는 유로존이다. 그런데 문제는 달러의 평가 잣대가 유로화라는 것이다. 즉 유로 약세가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향후 가치가 떨어질 유로를 빌려 달러 자산을 사는 유로 캐리(euro carry) 전략이 유행이다. 과거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자금을 조달하는 엔 케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대상이 유로화로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으로 인해 원화도 간접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 수출업체가 이러한 원화약세를 활용해 달러를 더 벌어 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쉽게 한국도 독일과 비슷한 입장이다. 제조설비가 점점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들은 재산의 일정부분을 달러나 위안화를 비롯한 해외자산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