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서 이진한·김광희 교수 등
지열발전소 후속관리 방안 간담회
“포항지진 세계 이슈, 부지 보존”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안전확보”
“사이언스 논문 후 압력 받기도”

11.15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가 18일 오전 한동대학교에서 열렸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장순흥 한동대 총장, 정상모 한동대 교수(왼쪽부터)가 관리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지진의 근본적인 책임은 국가기간 연구소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있다. 포항시민을 비롯한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가능성을 가장 먼저 주장한 고려대 이진한 교수(연구부총장)의 말이다.

이 교수는 18일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 방안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KIGAM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위치선정 등의 중요한 국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포항지열발전소 위치 선정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열발전소 위치선정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왜 실수를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게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넥스지오 뒤에 숨어서 몸을 사리기보다는 이런 절차를 거쳐서 정당하고 안전하게 하겠다는 확약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를 비롯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부산대 김광희 교수는 “포항지진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은 압박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와 김 교수 등이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교수는 “포항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넥스지오가 김광희 교수와 저를 연구윤리위반 혐의로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이언스에도 논문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며 “대학 내 예비조사에서 무혐의로 결정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열발전 자료를 논문에 쓰도록 허가하지 않았다고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본조사까지 진행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김광희 교수는 부산대 윤리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예비조사 없이 바로 본 조사를 했다”면서 “학술윤리 위반은 없지만, 국회의원을 통해 물주입과 관련한 원자료를 얻었기 때문에 직접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고 저간의 사정을 전했다.

김광희 교수도 “지진 직후 포항역에서 이진한 교수와 관련자료를 보면서 손을 떨었다. 사회적으로 직면한 사항이고, 국내 첫 사례인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학자로서 어떤 식으로든 윤리위원회 제소됐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 연구가 피해를 당한 포항시민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보상을 받고, 포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된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포항시민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지열발전실증단지 후속관리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복구다.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이강근 교수를 단장으로 한 산자부의 포항지열발전 부지 안정성 검토 전문가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진 만큼,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포항지진은 현재 세계지질학회의 빅이슈다. 위험이 상존한 철탑같은 구조물은 하루빨리 제거해야 하지만, 발전소 부지는 영구보존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스위스 바젤은 3년 동안 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소 인근 지질 조사를 진행하며, 20년의 장기계획을 세워서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며 후속관리를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포항도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전을 보장하고, 포항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한동대는 포항지진 이후 이진한 교수를 초청해 지진 관련 세미나를 2차례 개최하는 등 관련 연구 데이터 및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이날 장 총장은 “포항의 가치는 지진규명 이후 후속관리에 달렸다.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찬규·이시라기자

    안찬규·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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