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정신질환자가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불길을 피해 나오는 주민 5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다. 최근 한 달 사이 진주·대구·부산 등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정신질환자들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끔찍한 묻지마 범죄가 이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예찰과 범정부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을 정부는 도대체 왜 이렇게 느슨하게 대응하나.

17일 오전 4시 25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한 아파트 4층에 살던 안모 씨가 자기 집에 불을 지른 뒤 양손에 흉기를 쥐고 아파트 2~4층을 다니며 연기를 피해 나오는 이웃에게 마구 휘둘렀다. 이 어이없는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는 사망 5명, 중경상 6명, 연기흡입 9명으로 총 사상자가 20명에 달한다. 불과 보름 전인 이달 9일에는 대구 달서구 거리에서 묻지 마 흉기 범행이 있었다. 23세 남성이 평소 일면식도 없는 17살 학생의 뒷머리 부분을 흉기로 찌르고 달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6월 9일에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약국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약사와 직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직원을 숨지게 한 40대가 붙잡혔다. 같은 해 7월 8일 영양읍 동부리의 한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난동을 부렸고,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정신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우발적 범행을 차단하는 일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이긴 하다. 범행을 예방하는 일은 물론, 인권침해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 사건의 경우에도 범인 안 씨에게서 상당한 예후가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적절한 대처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7차례의 신고에도 묵살하다가 문제를 키웠다. 본인이나 보호자, 경찰, 정신병원 등에서 관리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지 않아 보건소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동사무소·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횡포가 거듭 신고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인권 침해’ 시비를 피하려는 심리가 관계자들로 하여금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잔혹한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연일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인권’ 그물에 막혀 정신병력자 관리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는 현실은 명백한 모순이다. 정신병력자 범죄를 막을 사회안전망 설치에 대해 이제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걸어다니는 부지기수의 불량폭탄들을 방치하는 일이야말로 오히려 불특정 다수 국민에 대한 잔혹한 ‘인권침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