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에 어울리는’

이승은 지음·창비 펴냄
소설집·1만3천원

2014년 문예중앙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기묘하고 새롭다는 평을 받아온 젊은 여류작가 이승은의 첫번째 소설집 ‘오늘 밤에 어울리는’(창비)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은 ‘세련되고도 정제된 방식의 개성적인 울림’을 만들어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등단작 ‘소파’와 미발표작 ‘찰나의 얼굴’까지 총 8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우리를 “타인이 되어보는 연습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타인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하는 독서”(해설, 양경언)로 이끌어가는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주어진 삶 너머의 불안을 그대로 품은 채 우리의 삶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스스로 깨닫게”(추천사, 정영수) 만드는 기묘한 서사 속에서 이승은은 이해와 오해의 사이를 헤매는 인간관계의 모습과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안하고 답답한 현실을 감각적이고 영리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소극장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정갈한 식기들과 우아한 분위기가 흐르는 한 공간에서 움직이는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이 등장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나누면서 소설이 시작한다. 겉보기에는 큰 갈등을 겪고 있다거나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시종일관 평범하고 평온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그들에겐 간단히 표현할 수 없는 긴장”이 있다. 등장인물들은 풍부한 표정을 지어보이거나 적극적인 행위로 사건을 끌어가지 않는다. 독자는 작가가 마련한 서사의 공간 속에서 인물들을 ‘목격’하면서 상황을 유추해야 하며 소설은 끝까지 독자들이 진실을 쉽게 파악하도록 친절하게 돕지 않는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소설 ‘파티의 끝’은 은수와 민용, 지영과 동철 젊은 두 연인이 은수의 집에 모여 연말 모임을 벌이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네 남녀는 새벽까지 술잔을 주고받으면서도 서로에게 속마음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은수는 결혼을 원하지 않는 민용이 야속하고, 곧 결혼할 지영과 동철은 서로 어긋났던 과거가 신경 쓰인다. 울고 웃으며 만취해가던 이들은 문득 동이 터오는 창밖을 발견하고 약속이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어질러진 집을 다급하게 정리하기 시작한다.

‘왈츠’는 평범한 일상을 불안하고 섬뜩하게 만드는 이승은 특유의 방식이 강렬하게 발휘된 소설이다. 평온함을 사랑하는 남편 ‘그’와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는 아내 ‘그녀’는 그의 지방 전근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 아침부터 낮술을 한다. 술에 취해 주차된 차에 앉아 있던 그들은 새로 이사 온 옆집 남자가 멀쩡한 바이올린을 버리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녀는 버려진 바이올린을 집으로 가져오고, 그녀가 그에게 말할 수 없었던 비밀들을 이야기하는 순간 바이올린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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