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유산 매개 ‘법정문화도시 포항’ 예비사업 포문
4~5월 4차례 걸쳐 도종환·김명곤 등 문체부 장관 4명 초청
문화·삶에 관한 담론의 시간… 새 지역주의 방향성 제시

‘新(신) 입암별곡’ 포스터. /포항문화재단 제공

“塵世 사람들아, 입암 풍경 보았는가/무릉도원 좋다한들 이보나 나을소냐/ 봉우리 나는 학은 구름 사이 춤을 추고/깊은 물에 숨은 두견 달 아래 슬피 운다/봉래산이 어디더냐/영주산이 여기로다(중략)” -박인로 가사‘입암별곡’중

포항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 죽장면 입암리. 포항의 오지 중의 오지마을인 이곳은 조선 중기의 역사가 오롯이 살아있는 명소다. 마을 입구에 큰 바위가 서 있다고 해 ‘선바위, 입암’으로 불리는데 특히 서원으로 유명하다. 이름도 입암서원. 1657년 포항시 북구 죽장면 입암리 토월봉 아래에 창건된 입암서원은 조선의 대학자인 퇴계와 율곡에 대적할 만한 여헌 장현광을 모신 곳이다. 서원 중심으로 반경 2km 안에 있는 입암 28경은 내륙 특유의 경관들이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거두 노계 박인로(1561∼1642)는 입암28경을 읊어 ‘입암별곡’을 남겼다.

(재)포항문화재단(이사장 이강덕 포항시장)은 ‘입암별곡’의 고사를 모티프로 한 인문활동 프로그램인 ‘新(신) 입암별곡’을 오는 20일부터 6월초까지 입암서원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법정 문화도시로 예비선정 된 포항시의 2019년 문화도시 본 지정을 위한 예비사업의 첫 순서로 마련된 ‘新 입암별곡’은 지역의 문화유산을 매개로 중앙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새로운 지역주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新 입암별곡’은 박인로가 ‘입암별곡’에 읊은 ‘산이 반 쯤 꽃으로 만발할 때, 여헌 선생을 청하노라’라는 구절에서 착안했다. 입암의 절경에 취해 이곳에서 학문을 나누던 권극립, 송우상, 정사상, 정사진 네 명의 선비들이 자신들보다 학덕이 높은 여헌 장현광을 초청해 기거하며 학문을 연마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장현광은 사후 영의정을 제수 받을 정도로 학문의 깊이가 뛰어났으며 그 역시‘입암기’를 남겼다.

도종환 전 장관, 김명곤 전 장관, 유진룡 전 장관
도종환 전 장관, 김명곤 전 장관, 유진룡 전 장관

행사는‘입암별곡’가사의 일부분에 창안해 네 명의 문우들이 장현광을 청한 것처럼 포항의 문화예술인들이 전·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해 문화와 삶에 관한 담론을 나눈다. 담혼 후에는 장관들이 시나 휘호를 남기고 이를 서각작품으로 제작해 입암서원에 영구비치함으로써 포항의 새로운 미래유산화 할 계획이다.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新 입암별곡’은 20일 도종환 전 장관이 ‘詩(시)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시작해 5월 11일 김명곤 전 장관이 ‘율려(律呂), 우리가락에 담긴 삶의 미학’, 이어 5월 18일에는 유진룡 전 장관이 ‘전환기의 한국사회 우리 삶의 가치’라는 주제로 시민과의 만남을 가진다. 마지막 회차는 추후 안내될 예정이다.

전직 장관과 함께 이 시대의 문화를 논하게 될 지역 인사는 각 장관의 이야기 주제에 맞게 하재영 시인, 손현 한국무용협회 경북지회장, 류영재 포항예총회장이 맡았다.

포항문화재단은 이번 ‘新 입암별곡’ 행사를 위해 지역의 원로학자 및 향토학자를 중심으로 한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주제선정 및 진행과정을 주도했으며, 앞으로도 지역중심의 인문기획 활동의 전범모델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포항 입암서원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 입암서원 전경. /포항문화재단 제공

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新 입암별곡’ 행사를 지역문화 균형발전과 ‘문화도시 포항’의 문을 여는 인문 활동의 전범으로 삼아 재난과 쇠퇴의 도시 위기를 문화적 방식으로 재활하는 의미를 투영시키는 동시에 포항이 가진 문화유산과 다양성으로 세계, 중앙, 다른 지역을 만나는 새로운 지역주의 시작을 포항이 먼저 시작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행사참여는 사전신청으로 진행되며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양식 다운로드 후 담당자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포항문화재단은 참가자의 편의를 위해 행사 당일 입암서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289-7891)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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