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은 유독 포항만이 아니다. 전국에 소재한 다른 지방 도시들도 각자 나름의 고민거리를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두들 과거의 화려했던 그 지방의 경기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그럴수록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려면 지금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른바 신바람 이론처럼 주변에서 북돋아 주면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보다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그냥 덮어두기만 해서는 절대 그 현상의 병인(病因)은 해소할 수 없다. 어쩌다 운 좋게 그때마다 위기를 넘길 수는 있겠지만 유사한 여건이 다시 찾아오면 위기는 재발하기 마련이다.

포항경제도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누구나 직시하고 있는 문제이지만 단순한 단일 산업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그마저도 소재-중간재-최종재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찌어찌 이어지는 대형 이벤트나 대내외 여건의 변화로 그때마다 위기를 잘 해소해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도 굵직한 이벤트들이 많았다. 그로 인해 지역민들은 포항이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KTX의 개통, 포항-울산 고속도로 개통, 포항운하크루즈 등은 지역 관광산업의 주요 인프라로서 기대를 높였고 또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지역경제의 메커니즘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여전히 철강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지역 내 소비, 고용, 투자 등 모든 지표들은 덩달아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철강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계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여전히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고 버티기만 하면서 좋은 시절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제 이 병인(病因)을 제대로 치료해야할 때가 왔다. 인구 50만 명의 대도시라는 직위조차 흔들거리고 있다. 거기에다 유례없는 지진까지 겪었다. 언제까지 우리 스스로 경제는 심리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아직은 괜찮다며 우리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괜찮은 부분이 있더라도 심각한 위기상황이므로 일치단결해야한다고 세뇌할 수 있다면 그리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떠한 사안이라도 시론(市論)의 분열을 막고 지역의 동반자로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결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병인이 무엇인지부터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포항경제를 몸으로 본다면 우리는 튼튼한 다리인 철강 즉 제1차금속제조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머리도 뛰어난 편이다. 포스텍, 한동대와 같은 지역대학의 우수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 경주의 양성자, 포항의 방사광과 등 가속기 클러스터까지 갖추고 있다. 적어도 연구개발(R&D)능력만큼은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하더라도 전국구에 속한다.

하지만 포항경제는 허리가 없는 기형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철강이라고는 하지만 제1차 금속은 수동적인 소재에 불과하다. 정밀기계, 금속가공, 부품제조분야가 허리인 셈이다. 모든 공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엔진, 기계공학이 적용되는 정밀기계 등 허리가 없는 셈이다. 포항경제는 뛰어난 머리와 튼튼한 다리만으로는 유연한 움직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기술을 보유한 수많은 중소기업으로 ‘허리’를 보완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포항경제는 온몸에 활력이 넘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성을 잃지 않고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