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포항지진이 휩쓸고 간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포항시민들은 여전히 지진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 아직도 쿵하는 소리만 들어만 화들짝 놀란다. 지진 이후 집값마저 폭락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가 촉발시킨 인재로 확인되면서 응어리졌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고 있다. 2일 포항중앙상가에서 열린 ‘포항 지진 특별법 제정 촉구 및 시민화합을 위한 범시민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책임을 따졌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각계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아직도 상처는 아물지 않아
■ 권연숙(55)씨

지진 이후 어떻게 해결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지금도 개별 소송을 해야 하나, 아니면 특별법 제정까지 기다려야 하나 등 현재도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하는 시민들이 많다.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공직자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한 죄스러움도 있다. 포항시민들은 그동안 많은 상처를 받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특별법 제정 등 포항의 지진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차원 실질적 보상 이뤄져야
■ 최홍일(75)씨

포항이 지진 이후 아직까지 지진도시의 오명을 썼다.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도시 취급받아 마음이 늘 불편하다. 정부조사를 통해 촉발지진이란 결과가 나와 그나마 다행스럽다. 포항시만의 외침이 아니라 경북도, 나아가 전국적으로도 포항지진의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마찬가지로 포항지진 문제 역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피해에 걸맞은 보상과 정신적 위로, 포항시민의 긍지를 되살리는 분위기 조성 등이 필요하다.
 

대형 국비사업 등 적극 지원 필요
■ 이희경(66)씨

처음에 정부와 과학자들이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으로 발표하며 포항시민을 속여왔다. 정부합동조사 결과 인재로 판명난 만큼 거짓말한 관료나 과학자, 지진이 날 수 있다는 위험을 알면서도 사업을 강행한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보상문제도 1인당 얼마를 보상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추된 포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포항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기관 이전이나 영일만대교 사업과 같은 대형 국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인들에게도 정당한 보상을…
■ 권오찬(56)씨

오늘 발표된 자유한국당 지진 특별법안에는 포항지진 당시 지역에서 사업장을 운영한 사람도 배상·보상금 및 위로 지원금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고 들었다.

이전까지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본 상인들을 위한 제도는 없었는데, 특별법이 제정되면 상인들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포항지진 이후 지역의 상인들을 위한 지원금이나 법적 보호장치가 없어 불만이 많았다.

상인들도 엄연히 재난의 피해자인 만큼, 정당한 보상과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정치권 모두 아픔 감싸주길
■ 류규익(78)씨

지난 11·15포항지진으로 집 안방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입어 소파판정 후 2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물질적 피해는 물론이고, 아직도 울림이 있으면 공포감이 몰려드는 지진 트라우마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보상되지는 않고 있다.

지진으로 도시이미지가 훼손돼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이고, 장성동 인근 한 아파트의 경우 1억5천만원의 시세가 현재 1억원선으로 떨어지는 등 재산적 피해도 엄청나다.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은 지진 피해로 울고 있는 포항시민들을 아픔을 보듬고 감싸주길 바란다.

특별법 제정 외침 잘 전달됐으면
■ 강혜인(22)씨

그동안 특별법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 관심이 없었다.

포항지진을 몸으로 느끼고 이후 피해상황을 봐왔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서 특별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진 트라우마도 여전한데, 적절한 배상이나 보상없이 부서진 집을 개인이 고치라고 하는 건 정말 아니다.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항시민들이 지진 피해 당사자들이고 피해자들이 이렇게 특별법 제정을 원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외침이 잘 전해져서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바름·황영우·이시라기자

    이바름·황영우·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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