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푸들. /출처AKC

필자가 제일 처음 키운 개 품종은 푸들이었다. 푸들은 개들 중 지능이 매우 높은 편이다. 털이 잘 빠지지 않아 키우기도 좋지만 관리를 잘 해 주지 않으면 털이 빠지지 않고 엉키기 때문에 자주 관리해 주어야 하는 견종이기도 하다. 푸들은 미용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어서 멋스러운 연출과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똑똑해서 주인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격이고 주인을 많이 의지한다. 주인을 많이 의지하는 기본성향 때문에 주인이 보이지 않으면 분리불안과 같은 문제행동이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다른 견종에 비해 빨리 성숙하는 편이어서 6개월 정도의 초기 성장기가 지나면 많이 먹지 않는다. 사료를 섞어서 주어도 먹고 싶은 것만 골라먹기도 하는데 입이 짧은 편이다. 푸들은 크기에 따라 네 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크기가 큰 스탠다드 푸들은 체고가 45~60㎝이다. 수컷 진돗개가 50~55㎝ 정도이니 진돗개와 비슷하거나 더 큰 푸들이 스탠다드 푸들이다. 미디엄 푸들은 체고가 35~45㎝ 정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가정에서 많이 기르는 푸들은 체고가 24~28㎝이고 몸무게가 3㎏정도 되는 토이푸들 또는 28~35㎝인 미니어처 푸들인데, 스탠다드 푸들을 개량한 것이다. 푸들은 본래 대형견이었으나 점차 작게 개량하여 작은 사이즈의 푸들이 널리 퍼졌고 이들을 그룹화 하면서 ‘스탠다드-미니어처’로 이분화 되다가 미니어처에서 좀 더 작은 집단을 구분하면서 ‘토이’그룹까지 생겨난 것이다.

토이푸들이나 미니어처 푸들, 치와와나 몰티즈, 포메라니안, 퍼그, 페키니즈 등의 작은 개들은 아이리쉬 울프하운드나 그레이트 데인, 세인트 버나드와 같은 큰 개와는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유사 인슐린 성장인자 1(insulin-like growth factor 1, IGF-1)’로 불리는 특별한 호르몬을 만드는 유전자에 미세한 유전적 변형을 가지고 있다. IGF-1은 개 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생쥐 등을 비롯한 포유류의 출생 직후부터 자랄 때까지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스탠다드푸들. /출처AKC
스탠다드푸들. /출처AKC

143품종 3천마리의 개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몸집의 크기가 작아진 개들은 공통된 IGF-1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개 몸집의 크기 결정에 있어 IGF-1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개의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을 이해하면 성장호르몬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나 암 등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므로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개들에게 나타나는 질병들 중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질병과 유사한 질병은 고혈압이나 자가면역성질환, 암 등을 비롯해 200~300가지나 되기 때문에 개들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사람의 병 치료에도 일대 도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푸들이나 대부분의 개 품종에는 품종화와 개량의 과정에서 유전자의 변형으로 인해 해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푸들에게서 나타나는 주요 유전병은 뒷다리 관절 이형성증, 슬개골 탈골, 추간판 변성, 연골 무형성증, 대동맥 및 폐동맥 문제, 눈물샘 폐쇄증, 미성견 백내장, 녹내장, 혈우병A인자 VIII 결핍, 진행성 망막위축, 망막 박리, 선천성 난청, 간질, 기면증, 행동이상, 아토피성 피부염, 외배엽 결손 등의 피부문제 등, 이외에도 다양하다.

개의 유전적인 질병들이 많이 알려지고 연구되면서 최근 개를 위한 건강 보험이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보험회사들이 관련 상품들을 내어놓고 있는 추세이다. 간단한 검사로 발병할 수 있는 개 유전병을 예측할 수 있고, 미리 대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점차 사용자가 늘고 있다. 개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품종화되며 특정 유전병들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최첨단의 기술과 보험 등을 통해 질병이 예상되는 개들이 사전 검사와 적절한 예방, 치료를 통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이 논의되고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내 첫 사랑 토이푸들 장군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유전자 검사도 직접해주고, 보험도 들어 주고, 더 잘 대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라벌대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