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민음사 펴냄
시선집·1만2천원

“신은 죽었다!”라고 선포한 서양 문명사상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시선집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민음사)가 출간됐다.

니체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썼고, 글을 쓸 수 있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니체에게 시 쓰기는 사유하기와 같은 의미였고, 철학적 사유 자체가 하나의 시적 성찰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가장 직관적이고 명료한 형태, 즉 시로 풀어냈다. 이번 시선집은 10대 소년 시절의 ‘청춘 시절의 시’부터 정신적 암흑기에 들어섰던 1889년 직전의 ‘디오니소스 송가’까지, 대표시를 선별해 총 5부로 구성했다.

“그대 시인의 동경은

독수리 같고, 표범 같고,

그대의 동경은 수천의 탈을 쓰고 있다,

그대 바보여! 그대 시인이여!……

그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양 같은 신을 바라다본다 - ,

사람들 가슴속의 신을,

사람들 가슴속의 양을 찢는다,

찢으며 웃는다 -

그것, 그것이 그대의 기쁨이다,

표범의 기쁨이요 독수리의 기쁨이다,

시인과 바보의 기쁨이다!”

―‘바보여! 시인이여!’에서

니체는 “자신이 창조가가 되지 않는 한 ‘선과 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설파한다. 그는 기존의 도덕과 관념,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이미 정해져 있는 선과 악이라는 기준을 넘어, 오직 스스로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다. 니체의 시는 자주 독수리, 표범, 사자와 같은 강한 자연의 짐승의 모습을 빌려, 양으로 대변되는, 세속적 규범에 순종하는 “미덕”을 찢어발긴다.

“모든 미덕 앞에서 나는

죄를 저지르고 싶다,

아주 큰 죄를 짓고 싶다!

모든 명성의 나팔들 앞에서

나의 공명심은 구더기가 되고,

그런 나팔들 아래에서 나는

가장 낮은 자가 되겠다….”

―‘명성과 영원’에서

복종을 거부하기에 그는 위험에 스스로 처하고, 성장하기 위해 안락함과 행복을 뿌리치고 고난과 불행을 택한다. 모든 인간적인 가치, 선과 악, 연민과 자기 경멸까지도 넘어서야만 진정 자유로운 ‘초인’이 될 수 있다. 니체는 이 모든 것을 시로써 노래하고 선포한다.

“더 이상 길도 없다! 주위엔 심연과 죽음 같은 정적뿐!”

너는 그걸 원했다! 너의 의지는 길에서 벗어났다!

자, 방랑자여, 잘했다! 이제 차갑고 맑게 바라보라!

너는 길을 잃었으니 네가 의지할 것은 위험뿐이다.

―‘방랑자’에서

“바람과 함께 춤추지 못하는 자,

끈으로 묶여 마땅한 자,

묶인 자, 불구의 노인,

위선에 찬 멍청이들, 명예만 중시하는

바보들, 덕을 칭송하는 등신들,

우리의 낙원에서 모두 꺼져라!

거리의 먼지를 소용돌이치게 하여

모든 병자들의 콧구멍에 집어넣어

병자들 패거리를 몽땅 몰아내자!”

―‘미스트랄에게’에서

니체는 가만히 앉아 읊조리지 않는다. “그대는 벌써 얼마나 오래도록 / 그대의 불행 위에 앉아 있었나?” 그의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일어나 걷고 뛰고 끝내 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다. 평생 지독한 근시였으며, 끔찍한 편두통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던 니체는 이러한 육체의 고통에 대비되는 명랑한 정신으로 진정한 자유를 탐구하였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삶을 가장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경쾌하고 활달하게 춤추는 듯한 시의 문체와 표현은 니체의 사상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내는 그릇이 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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