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준 규

그것이 왔다

내일은 비가 왔다

비린 후회의 추억처럼

오늘은 마른 눈이 온다

벗은 살의 먼 기억처럼

거리를 지탱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잊을 수 없는 것을 잊고

정교한 헛짓으로 번지는 벽

입을 다문 슬픔의 모습

그림자의 순간을 견디는

그림 없는 그리움

실패의 구축에 실패하다

완전한 망각을 권유하는 향기

그것이 왔다

매우 자극적이며 돌발적인 시어와 시행의 나열로 의미를 해독하기 힘든 난해한 시다.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실패의 구축’이라는 부분인데 현대사회의 왜곡된 의식의 반영과 함께 소통의 부재, 관계의 단절 같은 불능의 세태를 야유하는 시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