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귀신잡는 세눈박이 또는 네눈박이 개. 세시풍속에서 개를 벽사용 영수로 여겨 매년 정초에 개그림을 대문에 그려 붙여 귀신이나 도둑을 막고자 했다. /소장처 가회민화박물관

2019년 이란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개 산책을 금지했다. 개를 차에 태우는 일도 금지된다. 이란 정부가 국민이 개를 키우는 걸 막기 위한 정책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채택한 이란에서 개는 부정적인 동물로 여겨지는데, 개를 기르는 일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이후 지금까지 논란거리였다.

이란은 과거에 페르시아제국이라는 세계 최초의 세계제국을 건설했는데 아케메네스-페르시아 왕조는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믿었다. 조로아스터교는 조로아스터가 쓴 [아베스타]를 믿는 종교인데 히틀러 나치의 심볼과 불교의 만(卍)등은 조로아스터교의 지·수·화·풍(地水火風)에서 나왔다. 영어로 조로아스터이지만 페르시아식 발음은 짜라투스트라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저서의 짜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이다.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은 시작과 끝이 없고 무한대로 순환한다고 여기는데, 니체가 언급한 영겁회귀와 순환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죽으면 이란 고원 북쪽에 있는 알부르즈산과 하늘 사이에 걸려있는 친바트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믿는데, 다리를 무사히 건너면 천국이고 다리 밑으로 떨어지면 지옥이다. 이때 다리 옆을 네눈박이 개가 지키고 있다가 착한사람의 영혼이 건너려 하면 도와주고 나쁜사람의 영혼은 도와주지 않아 지옥으로 떨어지게 한다고 믿는다. 물론 생전에 개를 죽인 사람은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네눈박이 개는 천국과 지옥을 판가름 하는 다리지기 역할 외에도 장례절차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믿어져서 죽은 사람을 네눈박이 개에게 보여주는 의식을 치른다. 시체가 지나간 길을 정화하는 의식도 네눈박이 개가 있어야 치를 수 있다. [아베스타]에서는 네눈박이 개를 데리고 시체가 운반된 길을 세 번 지나가면 시체를 훔치러 온 악마들을 쫓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네눈박이 진돗개.  /출처 빛으로 그리는 초록별 이야기 블로그
네눈박이 진돗개. /출처 빛으로 그리는 초록별 이야기 블로그

조로아스터교에서 개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상징하는 가장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이유는 죽을 위기에 처했던 조로아스터를 암컷 늑대가 구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로아스터 교도들은 개를 아주 소중히 여기는데, 개에게 제때 먹이를 주지 않거나 괴롭히거나 죽이는 행위는 중죄에 해당하고 미친개라도 최대한 잘 돌보아 주고 치료해 줘야 한다고 믿는다. 이처럼 당시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하던 페르시아에서는 네눈박이 개를 신성시 했다. 651년 이슬람의 침공으로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았던 사산조 페르시아가 멸망하자 조로아스터교도들은 남아서 이슬람교로 개종하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로 탈출하든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개종을 하지 않은 이들은 인도로 피난했다. 페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파르시’라고 부른 그들의 후손들이 지금까지 인도 뭄바이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는데, 여전히 저승을 가는 도중에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개가 보호해 준다고 믿고 있다.

단군의 홍산문명권에 수도를 둔 선비족도 파사구(波斯狗), 즉 페르시아 개를 길렀다. 중국땅에 다섯 오랑캐가 16개 나라를 세웠다 해서 5호 16국 시대라 불리던 시기에 다섯오랑캐 중 선비족 계 왕조가 세운 북제의 고위는 페르시아산 개에게 최고 벼슬을 내렸다. ‘북제서’에 의하면 고위는 “파사구를 총애해 군국의 예로 대했다”고 적혀있다. 우리나라 개의 유래를 DNA 분석해 보면 북방계열의 개들이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나고, 우리나라 문헌에도 파사구의 명칭이 보인다. 파사구의 이야기와 함께 페르시아 사상과 유목 기마민족들의 하늘사상은 초원길을 통한 교류로 다양하게 결합되고 재생산 된 것으로 보여진다.

개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말없이 바라본다. 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인데 개를 대하는 사람의 마음은 변해왔다. 개를 신성하게 여기든지, 불결하게 여기든지 개는 그 자리에 말없이 그대로 있을 뿐이다.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각자의 이야기를 하겠지만, 진리는 말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