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한 포항시민들 안도의 웃음꽃
무대 앞서 엎드려 절하는 사람도
질의응답 시간엔 “발언기회 달라”
너도나도 고함지르기도 해 ‘눈살’

“드디어 밤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 거 같아요.”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회의장은 새벽에 출발해 서울로 상경한 포항시민들로 가득했다. 기자회견이 10시30분으로 사전 공지됐지만 포항시민들은 오전 8시부터 기자회견장 주변을 맴돌았다. 그만큼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 특히 포항시민들은 “자연지진이 아닌 유발지진으로 정부조사단 발표가 나야 할 텐데…”라며 긴장감과 초조함을 감추지 않았다.

오전 9시30분께부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이 속속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하나 둘 모였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정부조사단은 발표내용을 사전에 점검했고 포항에서 올라온 각계각층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일부 인사들은 결과내용을 먼저 묻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조사단은 결과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사이 일부 시민단체들은 행사장 곳곳에 자리잡고 미리 준비해 온 가로펼침막을 꺼내들었다. 또“포항지진 유발지진, 정부는 인정하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어수선한 행사장 안에서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정부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대해 이런저런 예측을 쏟아내기도 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총괄책임자인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서울대 교수)의 브리핑이 이어지자 장내는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죽여 이 교수의 발표뿐만 아니라 해외조사단의 발언을 예의주시했다.

십 수분의 간단한 조사 방법 등의 설명 이후, 이 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은 공동조사단장 세미 게(Shemin Ge)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가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현장은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현장에 있던 시민 중 한 사람은 무대 앞까지 나와 엎드려 절까지 하는 모습도 보였다. 모두가 기다렸던 결과가 나오자 긴장감이 감돌던 행사장에 안도의 웃음꽃이 폈다. 뒤이어 국내 조사위원회가 해외조사위원회와 같은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발표하자, 포항주민들은 이제야 지진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환호했다.

포항에서 상경한 흥해주민 정모(47)씨는 “기다렸던 결과가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드디어 포항이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이순간은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간여 조사단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다가오자 행사장은 다시 소란스러웠다. 사회자가 포항시민들과 정부 조사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하면서 포항시민들이 너도 나도 발언 기회를 달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흥해시민은 질의응답 내내 고의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행사 진행을 방해해 주변의 제지를 당하기로 했다. 일부 포항시민들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등 정치적 언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끝까지 지켜본 이강덕 포항시장은 “전체적인 발표를 통해 포항이 지진에 안전한 도시임이 확인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열발전소에 대한 조속한 완전폐쇄와 정상복구,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인구감소 직간접적인 피해를 감안해 정부의 특단 피해대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북) 의원도 “오늘 조사단의 발표로 포항지진에 대한 정부 책임이 명확해졌다”며 “지열발전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지진 초래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왜 포항 민가 인근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형남·이바름기자

    박형남·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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