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손실 보전해준 혐의
전직 은행장 3명 나란히 법정에
비자금 관련 추징금도 부과

지역 대표 금융기관인 DGB대구은행의 명예가 추락한 하루였다.

대구은행 이화언·하춘수·박인규 전 행장 3명과 이찬희 전 부행장, 부행장급인 김대유 전 공공부문 본부장 등 전직 대구은행 고위 간부들은 13일 대구 수성구청이 펀드에 투자했다가 생긴 손실을 보전해 준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박효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박 전 행장 등은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이 나 손실보전을 은행 측에 요구, 손실액 상당의 정기예금이 존재하는 것처럼 결산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기소된 수성구청 공무원(사무관) 등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대구은행 출신 피고인들은 수성구청이 예산으로 가입한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돈을 모아 구청 측에 보전해 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08년 수성구청이 이 은행의 해외 펀드에 공공자금 3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자 은행 최고책임자들이 돈을 모아 지난 2014년께 12억2천만원가량을 보전해줬다. 피고인 가운데 박인규 전 행장은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앞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리적으로 처벌할 행위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수성구청 펀드 손실 사건과 관련해 원인 행위자들이 처벌되지 않았는데 피고인들은 행장 등 주요 직책에 있었다고 기소까지 된 만큼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양형은 참작해야 한다”고 변론했다.

앞서 국세청으로부터 박 전 행장에 대한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받은 사실도 이날 드러났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국세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박 전 행장이 2014~2017년 사이 상품권을 현금화해 조성한 비자금 등을 포함해 정기 세무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12일 약 50억여원의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이 가운데 박 전 행장이 속칭 ‘상품권 깡’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 30여억원에 대해서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 국세청이 비자금 전체를 박 전 행장의 개인소득으로 판단하고 원천징수의무자인 은행에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보낸 것으로, 은행 측에서는 원천징수해야 할 소득세와 납부신고 의무 불이행에 따른 가산세, 납부지연 과세 부과 등을 더해 13억원 가량이 추징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소득금액변동통지서를 받으면 납세의무자는 다음달 10일까지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야 하며, 만약 박 전 행장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에서 납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은행도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내지 않아 은행에서 납부할 경우 이에 따른 법률적인 문제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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