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사회와 그 비상구들’

이대환·방민호·한준·김원섭·김왕배·배은경·강원택 지음
아시아 펴냄·비소설·1만8천원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소장 김승환)가 최근 펴낸 ‘막힌 사회와 그 비상구들’(아시아)은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러 갈등문제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박태준미래전략연구’시리즈로 기획한 열한 번째 단행본인 이 책은 한국사회 내부의 분절과 단절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중증인가를 정확히 진단해 당대를 더불어 감당해나가는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하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이라는 인간에게 왜 정신과 물질에 대한 균형감각과 조화의식이 요구되는가의 문제를 존재의 근원적 시선으로 성찰하고 있다.

세대 간 분절, 세대 내 단절, 계층이동 단절, 젠더갈등, 소득 양극화 심화, 이념 대립,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청년취업 절벽…. 지금도 거의 아우성 수준으로 회자되는 그 말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뜻이다. 열리고 또 열려서 아주 활짝 열린 한국사회 내부에 인간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게 가로놓인 ‘벽’, 이편과 저편을 배타적이고 이기적으로 갈라버린 ‘벽’을 ‘심각한 막힘’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벽, 그 막힘의 이름을 이 책은 ‘막힌 사회(blocked society)’라 매긴다. ‘벽’의 그림자는, ‘막힌 사회’의 그늘은 그 벽을, 그 막힘을 뚫고 나가려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 불만과 저항의식 또는 낙담과 절망의식으로 쌓여간다.

인간이 물질과 정신의 완전한 합일로 이뤄진 존재인데다 인간들이 이뤄놓은 사회가 인간의 정신에 항시적으로 ‘비교’를 자극하니 모든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혁은 끊임없이 시행돼야 하고 또 그리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단지 그것마저 ‘돈’의 문제에 얽매일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물질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정신적 차원의 삶, 영성적 존재로서의 삶도 추구하면서 ‘물질주의로 기울어지지 않고 욕망과 영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일상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인간의 길-그 진정한 ‘비상구’는 어디에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의 에세이 「‘물질주의’에 관하여」는 물질주의의 근원을 탐구해 물질주의와 정신적 가치의 사이에 실체로 버텨선 ‘벽’을 비춰주고 있으며,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의 「한국사회의 계층 양극화,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과)의 「한국 노동사회의 갈등: 내부자─외부자의 복지정책」, 김왕배 연세대 교수(사회학과)의 「세대갈등과 인정 투쟁」, 배은경 서울대 교수(사회학과·여성학협동과정)의 「한국사회의 젠더와 젠더갈등: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의 「더 나은 한국사회를 위한 분절문제와 해소방안: 이념갈등」은 제목 그대로 오늘의 한국사회 내부에 견고하게 가로놓인 ‘벽’들과 그것을 뚫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비상구’를 가리키는 에세이들이다.

포스텍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연구·자문위원인 이대환 작가는 프롤로그 「왜 ‘막힌 사회’와 ‘비상구들’인가?」에서 기획의 시대적 의미와 수록 에세이들을 조명한 데 이어 물질과 정신의 균형·조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 조건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3년 2월 출범한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미래사회를 조망하고 대응전략을 탐색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결실들로서 ‘박태준미래전략연구총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