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사에 세워진 고구려개.

개고기 식용이 우리 전통이라고 전한 신문기사가 있었다. 그 기사의 작성자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을 가지고 개고기는 우리 전통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약으로 소개하는 책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1611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발간된 후의 일이다. 동의보감은 당시 다양한 관점의 의학 저서를 하나의 관점에서 통합·정리한 것으로, 당시 의학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중국 의서의 짜깁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의보감의 99%는 중국 한의서의 단순인용이고 나머지 부분은 ‘신농본초경’에서 가져온 것이다.

중국 황하강 유역에서 발달한 황하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중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개고기를 먹은 유일한 문명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중국인은 개를 가축처럼 키워 해마다 복날이면 잡아먹었다. 반면 중국인이 보기에 오랑캐들은 개를 자신들의 시조나 혹은 최고신에 맞먹는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최고신을 잡아먹는 신자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유목민에게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바람 따라 말을 타며 평생을 산 유목민에게 먹을 갈아 글을 써 기록을 남기는 일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는데, 유목민들은 글자를 몰랐지만 모든 역사를 노래로 남겨 후세에 전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더 이상 조상들의 영광스럽던 역사를 노래할 자손이 남지 않게 되자 그들의 역사는 잊혀지고 말았다. 이런 유목민의 역사는 농경민이 쓴 역사를 토대로 유추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그들이 유목민에 대해 남긴 역사는 대체로 욕과 비방이 난무했다. 대표적인 욕이 ‘오랑캐’란 단어이다. 오랑캐란 말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란 의미이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으려 하면 유목민은 기껏 일궈놓은 땅을 갈아엎어 풀밭을 만들어 양을 치고 싶어 했으니 중국인 입장에서 유목민은 재앙이었다.

수렵도. 사냥하는 개.
수렵도. 사냥하는 개.

사람과 가장 오랜 친구로 지내온 개를 두고 지금처럼 인간의 친구이냐, 인간의 식량이냐로 의견이 나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식량, 특히 고기가 충분히 공급되는 환경에서는 개를 친구처럼 사랑했으나, 식량이나 고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개는 가축일 뿐이다. 이 법칙은 농경문화와 유목문화를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신석기 농경민은 한곳에 정착해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먹고 살았지만 인간의 수에 비해 개간된 농토는 언제나 부족했고, 농사지을 땅도 없는데 풀을 키워 소나 양에게 먹여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였다. 대신 음식물 찌꺼기만 먹고도 잘 자라는 돼지나 닭, 그리고 개를 키웠다. 이와 달리 사냥을 하거나 양떼를 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경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사냥과 목축에서 제 밥벌이를 하는 똑똑한 사냥개나 양치기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농경사회와 반대되는 이런 사회를 유목사회라고 하는데 유목사회에서 개는 인간의 친구로 존재했다. 유목사회에서 개를 잡아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개를 잡아먹는 행위는 금기가 되었다. 농경문화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취급하고 유목문화에서는 개를 인간의 친구로 취급하는 이런 현상은 중국과 중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세계 역사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개를 친구로 여겼는지 아니면 가축으로 여겼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사회가 농경문화였는지 유목문화였는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개를 둘러싼 인식이 민족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이동훈
이동훈

현재 대한민국에는 개고기를 먹는 다수의 사람이 존재하지만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는 금기 또한 존재한다. 그 금기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왜 고구려 사람들은 무덤벽화에 개를 영혼 인도동물로 그려 넣은 것일까? 중국역사에는 개를 가축으로 취급한 중국인의 역사와 개를 친구로 여긴 유목민의 역사가 뒤엉켜 있다. 단군의 하늘사상과 고구려의 정신을 버리고 농경민의 후손이 되고 싶어 한 중화 사대주의자들 입장에서 보면 개는 가축이었고 개고기 식용은 당연한 식문화의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전혀 별개의 민족이며, 우리민족이 개를 신성하게 여겼고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원래 유목 기마 민족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

*참고문헌: ‘BOKA 늑대의 왕국’(주정은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