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포항지진 발생 현황 분석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의 모습.  /경북매일 DB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의 모습. /경북매일 DB

기상청이 포항에 계측기기를 설치, 지진을 관측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지난 1978년부터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포항에서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의 내륙지진은 모두 112번 발생했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포항시민들 입장에선 눈여겨 볼 부분이 한두 사안이 아니다. 우선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이후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일어난 지진은 총 8회에 불과하다.
 

지진 걱정 없던 포항, 지열발전소 가동 이후 지진 발생 대부분
지열발전소 측 규모 3.1 지진 발생 후에도 재가동 사실 드러나
내달 정조단 결과 발표 상관없이 피해 주민 위한 특별법 필요
포항시민들 지진과 관련,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관심 바라

관측 후 최초 지진은 지난 1986년 3월 17일 발생했다. 규모 3.2였다.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이래 1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0여 동안 적어도 지진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 후 2년이 지나 1988년 1월과 1999년, 2002년 각 1회씩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16년 동안 총 4회에 불과했다. 적어도 포항은 그때까지만 해도 지진 안전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시민들 또한 포항이 지진대라는 학자들의 보고가 있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1978년 이후 5회 지진이 발생한 시기는 2016년 12월 23일이다. 그리고 6일 후인 12월 29일 여섯 번째 지진이 일어난다. 이때는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이 시험가동 중이었다. 지열발전사업은 2015년 5월 착공했으며, 필요한 물 주입이 되는 공식적인 가동은 2016년 1월부터다. 착공 이후 7개월여 동안은 내부적으로 시험가동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험 가동 중에 전체 맥락 파악 차원에서 당연히 상당한 물 주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지진은 2017년 4월 15일 발생했다. 오전 11시 31분에 규모 3.1의 지진이, 그리고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 16분에 규모 2.0의 지진이 관측됐다. 규모 3.0 이하면 ‘미소지진(microseismicity)’이라 하고 3.0 이상이면 ‘거대지진(macroseismicity)’으로 분류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날 규모 3.1의 거대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은 지열발전 사업을 관리해야 하는 측에서 보면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열발전소 측이 어디까지 이 사실을 보고하고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아리송하다.

특히 당시 인근 주민들이 3.1 지진과 지열발전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사업자 측의 통보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재가동 과정이다. 재가동은 같은 해 7월 말에 이뤄졌다. 외국자문관으로부터 규모 2.0 수준 이하에서 가동하는 기술을 전수받았다는 것이 당국을 설득하는 논리로 제공됐다. 승인이 났고, 다시 물도 주입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는 이 과정에서 집중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 결정과정을 들여다보면 부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업자 측은 이미 수백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 때였기에 사활을 걸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당국만이라도 제대로 된 검증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서 8개월여 전에 경주에서 1978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반도에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 전 국민들을 경악케 한 사실이 있었기에 포항지열발전소 재가동 여부는 신중을 거듭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경주지진 당시 연세대 홍태경 교수가 나서 “양산단층에 응력이 쌓여있어 안강 근방에서 큰 지진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관계기관 등은 이러한 지적 을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다는 지적이다.

재가동 후 석달 반만인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선 겉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후 2시 22분 32초에 규모 2.2의 지진이 오더니 12초 후 규모 2.6의 지진이, 그리고 7분 후인 오후 2시 29분 31초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 포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날 하루 동안 규모 2.0 이상의 지진만 36회 발생했다. 주민들은 극한 공포에 떨어야 했고, 포항을 떠나는 피난행렬이 줄을 이었다. 혼돈 속의 포항은 융단 폭격을 받은 폐허같았다. 다음날인 11월 16일에도 규모 2.0 이상 지진이 16회 이어졌고, 17일 3회, 19일 5회 등 지속해서 일어났다. 2017년 11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지진만도 69회에 달했다.

여진은 계속됐다. 한해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연말 모임을 갖던 시민들은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혼비백산했다. 지진은 새해 첫날인 2018년 1월 1일에도 한차례 일어나 불안감을 안겼다. 또 2018년 2월에는 무려 20회나 발생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린 시민들은 여진과 땅이 조금만 흔들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3월에 3회 5월 31일 1회 관측을 끝으로 지금까지 포항에서 내륙지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진은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증상인 전진과 그리고 본진, 여진 등으로 구분된다. 2016년 9월12일 발생한 경주지진의 경우 여진이 3개월여 만에 마무리된 데 비해 포항은 6개월 15일 정도가 걸렸다. 지질학자들과 지진전문가들은 그만큼 포항지진은 땅속에서 지진이 발생할 응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들 분석한다. 딱히 무엇이라 지금 시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무언가의 에너지가 충만해 있었다는 것이다.

포항시민들은 그 에너지원이 지열발전소 물 주입으로부터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범시민대책위를 구성, 대응하고 있다. 앞서 고려대학교 이진한,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도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은 아니고 지역발전소 물 주입 때문에 발생한 ‘유발지진’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포항지진 진원이 지열발전소 주입정 위치와 물 주입 뒤에 발생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포항지진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기도 하다. 물론 일각에선 이를 반박하는 다른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똑같은 활성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촉발지진이나 유발지진이 아니라 자연지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오는 3월 20일 전후로 예정된 정부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현재 진앙지에 가까운 포항 흥해읍 주민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집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벌써 두 번째 겨울을 추위 속에서 지냈다. 언제 돌아갈지 기약도 없다. 지진 당시 이어지던 정부 고위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의 발길도 요즘은 찾기조차 어렵다. 피해주민들 경우 누군가로부터 왜 그런 지진이 일어났는지 등 시원한 답도 들을 수 없어 더 속이 탄다. 정부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에 상관없이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함에도 제출된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포항지진과 관련,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라고 있다. 자연재해든, 아니면 그 무언가에 의해 일어난 것이든 간에 국민이 큰 피해를 입었으면 복구 등에 보다 발 빠르게 나서줘야 한다는 푸념이다. 국회를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드높다. 무슨 일만 생기면 국정조사 등을 하면서 왜 숱한 의혹과 의문이 있는 포항지진에는 그토록 무관심한가 하는 것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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