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바젤과 포항, 사안은 비슷하나 대처는 달라

‘지열발전과 11·15포항유발지진 대응 포항시민결의대회’가 지난해 9월 포항 덕업관에서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매일 DB
‘지열발전과 11·15포항유발지진 대응 포항시민결의대회’가 지난해 9월 포항 덕업관에서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매일 DB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 이후 가장 많이 주목받은 곳은 스위스 바젤이다. 지열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미소지진 등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포항과 달리 바젤에선 지열발전소 가동중 지진이 발생하자 민관이 협의, 조사 끝에 가동중단을 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너무나 차이나는 대처방안에 시선이 쏠렸던 것이다. 포항에서도 대응방안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현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바젤에선 2006년 12월 7일 규모3.4 지진이 발생하고 2007년 3월까지 규모2.5 수준 이상의 지진이 9번 발생했다. 불안하기는 바젤 시민들도 마찬가지. 잇따른 지진 발생 원인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고, 급기야 지열발전소에도 불똥이 뛰었다. 우려가 커지자 스위스 정부는 곧바로 조사단을 구성,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2년 9개월 뒤인 2009년 12월 10일 지진발생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996년에 Gpower회사 중심으로 진행된 ‘바젤의 지열발전프로젝트’를 13년여 만에 중지시켰다. 지열발전과 유발지진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조치였다.

바젤 지열발전소 미소지진 발생
2006년 3.4 지진 이후 가동 중단
보상·사후 대책으로 불만 최소화
사법당국의 발빠른 대처도 눈길
비슷한 상황 너무 다른 대처 한숨
포항 지열발전소, 바젤 교훈 삼아
대처 가능 했음에도 실패 되풀이

포항이 바젤사례에 견주어봐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포항지열프로젝트를 주관한 기관과 전문가들은 바젤프로젝트의 실패 사례를 교훈삼아 지진 재난에 충분히 대처할 준비를 했어야 했었다는 것이다. 포항지열프로젝트의 참여기관은 바젤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1년여 지나서 사업계획서를 제안했다. 그 보고서에는 국내외 지열발전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례 조사 항목도 분명 기록하고 있다. 2016년부터 포항지열발전소가 본격적인 물투입을 통한 운영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5∼6년 동안 바젤 사례로부터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은 충분했다. 바젤 사례로 배워야 할 교훈에 관한 여러 논문들이 학술지 등에서 발표됐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은 애써 외면한 것인지, 아니면 무지였던 것인지 포항시민 입장에선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항과 바젤의 지열발전소 경우 위치 선정 조건은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바젤은 지열발전에 적합한 지역인 지하 5㎞의 온도가 150∼200℃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열발전 부지 또한 도심 중심가에서 2∼3㎞ 거리를 둔 산업부지(지금은 G-power 주차장)를 선정했다. 포항도 이와 별반 차이없다. 지하 5㎞의 온도가 180℃에다 화강암이 분포되어 있고 5만여 인구의 주거밀집지역인 대단지아파트 단지와 2∼3㎞ 지역이다. 단층지역이라는 점도 양측 모두 유사하다.

지열발전소 입지를 선정할 때는 지반의 온도와 함께 지진발생이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필수사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바젤이나 포항이나 왜 단층지역에 지열발전소를 추진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다만, 포항지열발전사업 추진 전에 이미 바젤에서의 지열발전소가 지진발생에 다소나마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가동을 중지시킨 그 이후 포항사업이 진행되었다는 사실로만 본다면 당시 포항의 입지 선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규명이 불가피하다.

활동단층의 존재를 알고도 위치 선정을 했다면 예측되는 재해에 손을 놓았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다. 지질발전을 위해서 선행해야 할 필수 사항으로, 시추할 지하 내부단층 구조를 알기위한 작업으로 ‘3-D 지진조사(seismic survey)’란 것이 있다. 지열발전연구를 주도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L씨, S씨 등 연구원들은 스위스 학자들이 바젤교훈을 발표한 같은 해 같은 장소에서 발표한 ‘한국의 EGS 파일러트 프로젝트의 배경과 진전’이라는 논문에서 불행히도 3-D지진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재정부족과 그 조사를 할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이 지하에서 실험차원이지만 큰 폭발이 일어나면 진동으로 이어지고, 그러면 그 사업 자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외국전문가의 자문으로 대신했다고 적시한다. 첫 출발부터 매우 중요한 절차가 생략됐다는 것은 이 사업을 얼마나 얕잡아 보고 추진한 것인지를 알게 해주고도 남는다.

원자력발전소나 대부분 에너지생산시설 등은 주거밀집지역은 일단 피해서 입지를 선정한다. 그와 달리 포항과 바젤은 도시인구 밀집지역과 근거리에 지열발전 입지를 선정했다. 이는 일단은 ‘경제적인 생존성(economic viability)’때문으로 보인다. 지열발전소에 생산되는 전기에너지와 열을 근접지역주민에게 공급해야 경제적·상업적 이익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위험경보체계의 규제 강화는 필수적이다. 또 해당지역 주민에게 실시간 지진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지열발전소 건설 전후, 운영하는 동안 주민참여와 해당 자치당국과의 개방형 쌍방대화가 필요하다. 그 점에서 포항과 바젤의 차이가 확연하게 갈린다. 바젤은 시민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이해관계자들은 참여시켜 협의와 논의를 지속한 반면, 한국정부와 지열발전프로젝트 참가자들은 포항에서 진지하게 대화나 교육을 하였다고 하는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 심지어 주변에 규모2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포항시 등에 위험경보작동체계 지침에 의거 통보를 해줘야 함에도 2016년 12월23일 규모2.3의 지진이 발생하자 3일 후인 12월 26일 규모2.5 이상일 때만 통보하도록 규정까지 바꿔 버린다.

또다른 비교다. 바젤은 규모3.4 지진이 발생한 이후 3개월여 만에 가동을 중단한다. 포항을 한번 보자. 2017년 4월 15일 규모3.1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다. 바젤과는 0.3 수준의 차이로 거의 동일한 수준에 가깝다. 그런데 포항은 3개월여 뒤 7월 말에 재가동했다. 유럽의 지열발전 전문기관(DESTRESS)자문을 받아 재가동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과 포항지열발전 가동을 연결시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포항지열발전소 측은 2016년 2월에 물투입 압력 131MPa를 지하 암반(파쇄대)에 가한다. 이는 해저 13㎞의 압력이다. 지열발전을 위한 평균 물투입 압력이 20MPa라 할 때 무려 6∼7배에 해당 압력을 단층지역에 가한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소와 양산단층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 진원지와의 직선거리는 불과 40㎞ 남짓이고 양산단층이 지난 가는 곳에선 수평거리로 10㎞에 불과하다. 8개월 여 전이어서 양측 간 연결고리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선 포항지역발전소의 무리한 가압이 동일한 활성단층대를 공유하는 경주 규모5.8 지진의 응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진발생 이후 사법당국의 대응도 비교 항목이다. 바젤은 규모3.4 지진 발생 이후 15분 만에 바젤 경찰이 지열발전소 주관사인 Gpower사무실을 찾아 관련서류 전부를 압수했다. 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바젤시민의 자산을 손상했기에 바젤검찰은 지파워를 조사, 법정에 넘겼다. 그러나 포항은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이 포항지열발전소 사업 추진업체인 (주)넥스지오를 상대로 한 어떤 행보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포항은 바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지진이 발생했고, 물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있었기에 사실 규명을 위해선 추후 비록 수사대상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올지언정 그 당시 관련 증거들을 확보했어야 했다. 오는 3월 20일 전후한 정부지진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에 따라 사법당국의 움직임도 예상은 된다. 그러나 설령 움직인다 해도 이미 회사는 파산상태나 다름없어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양만재 박사
양만재 박사

지열발전으로 인한 사고 시 피해자에 대한 후속 보상대책과 사후 관리 실태를 보면 더욱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바젤의 경우 지진피해는 650만∼830만 달러, 100억원 전후인데, 지파워는 지열발전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든 보험금으로 주민의 재산 피해를 900만달러 보상해 불만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주)넥스지오는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고, 지금은 법정 파산과정의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시민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보안장치를 왜 사전에 강구하지 않았을까.

바젤은 2009년 지열발전소를 중지한 이후에도 지금 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지하에 투입된 물압력 변화에 따른 미소지진을 차단하기 위해 2017년 7월에 물을 배출해내기까지 했다. 포항은 정조단이 지난 8월에 공구를 열고 압력변화를 조사했을 뿐, 그 이후 지진 방지를 위한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조단의 단장은 압력변화를 체크하는 사후관리에 필요한 예산반영을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한다. 언제 부처에 예산을 반영하고 그 예산을 받아서 사후 대책을 수립할지 포항시민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 상황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포항과 바젤의 대처 방안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양만재 시민기자

    양만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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