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신 선

언덕 너머 개울에서 헤어지는구나

겨울이여

그동안 이 촌락에 와서

한가한 적막이 되어 그 큰 덩치로

더 있던 겨울이여

떠서는 잡념도 내게 보내주고

잡소리도 세상에서 움켜다가

저 산곡에 쥐어주더니

오늘은 떠나는가

한동안의 정의(情誼)도 다 작파하고

개울에 와서 훌훌이 헤어지는구나

시인은 겨울과 작별, 혹은 겨울을 친친 두르고 있던 적막과의 작별을 고하고 있다. 결빙과 닫힘, 차가움과 단절의 계절과 작별하고 언덕의 버드나무에 돋는 새순을 떠올리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생명의 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