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포항시민의 참여 배제된 지열발전사업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가 다음달 20일을 전후해 발표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의 모습.  /경북매일 DB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가 다음달 20일을 전후해 발표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의 모습. /경북매일 DB

지열발전소 건설에 있어 시민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indispensable factor)라 할 수 있다. 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 시 거대지진이든 미소지진이든 어떤식으로든지 지진위험에 직면해 있기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주민에게 위험을 알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진이 미치는 범위가 해당 발전소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생명과 재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포항시민들 “시민의 권리 외면했다” 주장… 사업주체들과 맞서
“사업주체 ‘소통프로그램’ 절차상 형식 맞추기 위한 일방적 대화”
“위험경보체계 무시·市 배제한 정부 통보 수준 상향 전환”도 빈축
“지진 후에도 시민 배제… 정부 연구조사단 구성에 시민대표 빠져”

외국에는 지열발전 위험 관리를 위해 지역주민과 자치단체(regional authorities), 다시 말해 ‘이해관계집단(stakeholder)’의 참여와 대화를 주요 절차로 여기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과학자의 참여권리(getting the science right)’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참여권리(getting the participation right)’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포항지역발전소를 추진한 정부와 과학 관계자, 넥스지오가 포항사업의 건설과 정에 주민참여를 제대로 보장하였는가는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지금은 11·15 지진 당시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 책임을 가리는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어 반드시 짚어보아야만 하는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추진 주체들이 시민의 권리를 배제하였다면, 시민들 입장에선 왜 그랬는지 등 그 과정을 살펴 볼 권한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포항시민들은 정부 등이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실현한다는 목적에만 집중하여 시민의 권리를 외면했다고 주장하며 사업주체들과 맞서고 있다.

그동안의 시민대책위의 자체 조사 결과로는, 정부 등은 지열발전기술개발사업(이후 지열프로젝트로 표기)에 주민참여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별로 없었다. 이는 2010년 정부가 지열프로젝트를 실천하기 위한 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요구한 제안서에서도 확인된다. 사업자들에게 입지선정 과정에 직면하는 주민저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또한 지열발전소 운영으로 초래할 수 있는 지진위험을 사업자가 해당지역 주민과 함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주로 지열발전에 필요한 시추관련기술, 지열평가기술 등을 주요 과업으로 제안하고 이것들을 평가하는 것을 사업의 목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지열발전의 지식과 기술의 당위성을 제안하였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후 한자원)의 보고서에도 주민참여에 관한 담론을 찾아 볼 수 없다. 물론 지열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던 (주)넥스지오를 비롯한 참여기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지역주민 및 포항시와 만나 대화를 했고, 2011년 4월 포항시와 넥스지오가 MOU를 체결하고 착공식도 했으니 일정 절차는 거쳤다는 주장이다.

넥스지오가 포항시민 외 대학과 연구소의 관계자들과도 만났다는 기록도 있긴 하다. 지열사업에 참여했던 서울대 M교수가 2018년 재생에너지 관련 외국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도 포항프로젝트를 실행하는 2단계 작업의 ‘소통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외국연구소와 기업, 대학, 언론계 등 173개 조직의 740명의 사람들을 만났다고 적시한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은 그 자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지는 않는다. 에너지 관련 학계와 컨퍼런스에서의 논문 발표 등 사업주체측의 추가적인 활동 등이 주민과의 소통은 형식적이었고, 전문가 집단과 대화는 그들만을 위한 대화공간이었다고 반박한다. 지역주민과 지진위험을 둘러싼 ‘개방형 쌍방대화(open two-way communication)’였어야 하는데 지진이 나고 난 후 조사를 해보니 절차상 형식을 맞추기 위한 일방적 대화였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열프로젝트 실천을 위해 과학자나 전문가가 나서 주민상대로 건설의 장밋빛 당위성을 전달만 한 공청회를 소통 불능의 단적인 사례로 꼽는다. 어떻게 보면 이는 포항에 상주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연구기관, 대학, 시민들의 지열발전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일방적 추진이 진행됐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지열발전소 추진 측의 시민 기만 행위는 이후에도 나타난다. 넥스지오는 2015년에 지열발전소 건설을 완공하고 2016년 1월부터 전기 생산에 필요한 물 투입을 시작한다. 물 투입이 시작되면 규모 3 미만 수준의 미소지진 뿐만 아니라 규모3 이상의 거대지진도 발생할 위험이 있다. 통상적으로는 지열발전소로 인한 지진은 ‘미소지진(microseismicity)’이 발생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거대지진(macroseismicity)도 발생했고, 학계도 거대지진의 위험을 밝히고 있다.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은 지진위험을 예방·완화하기 위한 일명 ‘교통신호체계(traffic light system)(이후 위험경보체계)’의 기술을 개발해 놓고 있다. 물투입에 따른 압력이 지하 암반과 충돌하면 지진이 발생하는데 그 지진의 강도에 따라 물투입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작동을 알리는 시스템이다. 포항지열발전에 사용한 위험경보체계는 물 투입에 따른 지진강도가 규모2 수준 이상이 발생하면 넥스지오가 기상청, 포항시, 산업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에 보고하고 물투입 압력을 중단하는 체계이다. 2016년 1월부터 가동되었으며, 12월 23일 지열발전소 근거리에서 규모 2.2의 지진 발생이 감지된다. 규모2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으니 절차에 의거, 포항시는 넥스지오로부터 지진통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포항시는 그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러니 포항시는 위험경보의 작동체계 조차 몰랐다고 한다.

더 기가 찬 것은 다음 조치다. 2016년 12월 23일 규모2.2 지진 발생 이후 지열프로젝트 참여기관들은 12월 26일에 포항시를 제외하고 정부에만 통보하는 지진강도 수준을 규모 2에서 규모 2.5로 전환했다. 포항지열발전소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학생과 임직원 합쳐 4천여명의 한동대학의 인구가 있고, 또 2㎞ 거리에 대단지 아파트와 일반주택을 합쳐 5만여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한다. 근거리에 5만여명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2 수준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포항시에 통보하는 위험경보체제를 구성해야 했다. 그럼에도 지진수준을 낮추기는커녕 더욱 높였다. 왜 규모2 수준에서 규모2.5로 올리고 포항시를 배제했을까. 그 이유는 앞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시민들 입장에선 혀를 내두를 일이 더 있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5.4의 지진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까지 지열발전소 부근에는 규모 1 이상에서 규모3.1 수준의 지진이 63차례나 발생했다. 그런데도 포항시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위험경보체계는 누굴 위한 것이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지질학자들은 “지역주민이 지진위험을 감당할 수 없다고 의견을 표방하면 지열발전소의 위치를 옮기거나 아니면 지열발전소를 포기를 제안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다. 정부지진조사단(이후 정조단으로 표기)의 국제학자인 월리엄 엘스워스(William L. Ellsworth)도 “지열발전소의 운영과정을 실제 확인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확신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위험경보체계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중시했다. 지열발전소 과정에서 시민참여는 절대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주민 배제는 규모5.4 지진 발생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부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한 연구조사단을 구성하면서 포항시민을 대표하는 조사원을 참여시키지 않았던 것. 포항시와 시의회, 포항북구지역 김정재국회의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정조단은 작년 10월에 2명의 포항시민대표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기에 이른다. 자문위원의 역할은 말 그대로 자문 정도다. 조사활동에 정조단원처럼 의견을 낼 권한조차 없다. 실제, 현재 자문위원은 시민이 원하는 물음과 여론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는 정보공개법조차 무색해지는 국면이다.

정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넥스지오, 관련 전문가들은 지열발전기술개발사업에 주민참여가 필수사항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국제학학회나 학술지에 포항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인용한 논문 다수가 주민참여를 중시하였던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정작 사업 추진과정엔 어떻게 된 심판인지 시민참여가 배제된 의문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포항시민들은 지금 지열발전소 추진 측에게 묻고 있다. 과연 주민 안전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첫 시도된 이 사업의 진척과 성과가 우선이었는지를.
 


양만재 박사
양만재 박사

양만재씨는 경북대 사회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박사학위를, 영국 더럼대학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8년 4월부터 포항 11·15지진 지열발전연구 공동연구단원으로, 같은해 10월부터 정부조사단 포항시민대표 자문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