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혔던 동남권 신공항 다시 불거진 배경은
민주당 ‘부울경 신공항 검증단’, 김해신공항 역할 불가 결론
부산시 방문한 문대통령, 김해신공항 정책 수정 시사
대구·경북, “재점화는 없어” 확대 해석 사전 차단 나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13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재검증’ 발언이 대구통합신공항 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지역에서 발언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안’을 재점화시키고 부산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영남권 5개 지자체 간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3년부터 대구와 경북, 부산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지난 2011년 경제성 미흡으로 무산됐지만, 항공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 2015년 8월 논의가 재개됐다. 이후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공항을 지지하는 경남·경북·대구·울산 지자체가 경쟁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6월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이 발표됐다.

‘땅속에 묻혔던’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지면 위로 나온 것은 지난 달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부울경 동남권신공항 검증단’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관문공항으로서 역할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부터다. 이들은 △안전·소음피해 등 심각하고 공황 확장 가능성 전무 △충돌위험과 이·착륙시 항공기 이탈 위험 증가 △소음피해 확대 및 환경영향평가 왜곡 △공항시설과 용량 절대 부족 △공항 관련 법규 위반과 국제기준 미준수 등을 거론했다.

결국 13일 부산을 찾은 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의)검증 결과를 놓고 5개 광역자치단체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만약에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서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김해신공항에 대한 정부 정책의 수정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지역의 관계자는 “공항 건설 담당부처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해 말까지 ‘김해신공항의 기본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는 등 김해신공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한 달 사이에 입장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을 원하는 부산과 경남권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술적 실효성 외에 정무적 판단이 더해지는 총리실에서 신공항 입지를 재검토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최근 정부가 선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토지보상금이 가장 많이 풀린다는 점도 ‘가덕도 신공항’발 경남권 안배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14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정부 정책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재검증’을 경계했다.

대구시는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가 수년간 갈등과 절차를 거쳐 정부 국책사업으로 김해공항 확장에 합의했다”며 “수차례 확인한 결과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북도와 함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구 K-2 및 통합신공항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부산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해석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 문제를 다시 정치 쟁점화해서 영남권을 분열시키려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며 “시곗바늘을 13년 전으로 다시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측도 “전적으로 대구시의 입장과 같이하며 부산의 가덕도 공항추진과 관계없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면서 “남부권 신공항은 2016년 6월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사항이다.소모적인 논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동남권 신공항 주요 추진 일지

△2006년 12월 북항재개발종합계획 보고시 대통령의 공식적인 검토 지시
△2008년 5월 23일 5개 시·도 ‘동남권 신국제공항 조기건설을 위한 공동건의문’ 채택
△2010년 4월 21일 국토부 용역결과 일부내용 공개. 총공사비 가덕도 9조8천억원, 밀양 10조3천억원.
△2011년 3월 30일 입지평가 결과 정부 발표(부적합 판정)·부산시 수용불가 입장발표, 가덕신공항 건설 지속 추진 천명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공약 채택, 재추진
△2013년 6월~2014년 8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 공동합의로 영남권 항공수요조사(한국교통연구원)
△2015년 1월 19일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단체장 공동합의 ① 신공항의 성격·규모·기능 등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일임 ② 용역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않는다. ③ 유치경쟁을 하지 않는다.
△2016년 1월 ADPi와 국내 업체간 기술용역 계약
△2016년 21일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 결론
△2018년 6월 26일 부산, 울산, 경남 동남권 상생협약…신공항건설 공동 TF 구성 협의
△6월 27일 국토부 김현미 장관, “가덕도 신공항 추진 검토대상 아니다”
△10월 23일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정단’ 발족, 국토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결과 검증작업 착수
△12월 5일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검토회의 개최
△2019년 1월 3일 오거돈 부산시장 “김해신공항 건설 백지화 관철”발언
△1월 16일 이철우 경북도지사, “정부에서 통합 대구신공항 건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
△1월 22일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중간보고… “김해신공항 백지화, 전면 재검토와 정책변경 검토해야”
△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 동남권 신공항 입지의 재검증 거론
△2월 14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동남권 신공항 문제 재론 사안이 아니다. 대구·경북은 우리의 길을 열심히 가면 된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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