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세 환

한눈에 보아도 목욕탕 때밀이 남자

수도꼭지 앞에서 빨래를 치대던

그의 등에도 또 다른 땀방울이

글썽이고 있었다

아직도 밀린 빨래가 끝나지 않았는지

제 가슴 어딘가 손때처럼 붙어있는

어떤 슬픔을 마저 씻어내야 하는지

고개 푹 숙인 채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나는 벽을 향해 돌아앉아

그냥 면벽하고 말았다

하루 노동 끝에 무엇 하나 걸치지 않고

욕조 끝에 팔꿈치 대고 앉아

가장 인간적인 자세로

턱을 괴고 졸고 있는

군살 하나 없는 당당한 생을 보라

뭔가 머물렀던 벽면에 콕 박혀있는

내 앞에 어른거리다 멀어져만 가는

또 하나의 반가사유상

면벽한 벽면에 어떤 칠이라도

덧칠하지 않기를

목욕탕에서 때밀이하는 사내가 일을 마치고 빨래를 하는 모습과 반가사유상처럼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연민과 함께 최선을 다해 자기의 생을 살아가는 그 사내에게 찬사와 경의의 마음을 보내고 있음을 본다. 세상에는 이렇게 근사하지 않고 고단하고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건강한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도처에 많은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