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르귄 지음·황금가지 펴냄
SF·1만3천원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황금가지)는 휴고 상 5회, 네뷸러 상 6회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고 ‘어스시의 마법사’로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에 이름을 올린 미국의 전설적인 판타지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의 생애 마지막 에세이 선집이다.

2010년부터 5년간 블로그에 남긴 40여 편의 글을 엮었다. 일상의 주변에서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사사로운 소재에서부터 사회 주요 이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폭넓은 식견과 혜안을 엿볼 수 있다.

총 일곱 장(章)으로 구성됐으며 각기 여든을 넘긴 노년의 삶과 현대의 문학 산업, 그리고 젠더 갈등과 정치적 이슈 등 주요한 이야기를 담은 네 장과 르 귄의 마지막 반려묘 파드와의 만남과 사건을 다룬 파드 연대기 세 장으로 나뉘어 있다. 존 스타인벡과의 일화, 미국의 도덕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적인 비유, 흥미로운 독자들의 편지와 욕설 문화에 관한 노작가의 세심하고 담백한 유머, 늙음과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사색 등 시종일관 예리한 관찰력과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출간 직후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끌어냈다. 2017년 12월 출간돼 휴고 상 및 PEN/다이아몬스타인-슈필보겔 상을 수상했으며, 저자인 어슐러 르 귄은 2018년 1월 22일 8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장 ‘여든을 넘기며’에서는 ‘늙음’과 ‘스러지는 것’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뇌를 담아내는 한편,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 항변한다.

2장 ‘문학산업’을 통해서는 욕설이 남용되는 최근 문학 작품들,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문학상들, 전자오락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의 글쓰기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판타지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돕고 일부 평론가들의 비하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하는 등 현대 문학 산업에 대한 빼어난 통찰을 보여준다.

특히, 3장 ‘이해하려 애쓰기’에서는 사회적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담아냈는데, ‘남자들의 단합, 여자들의 연대’와 ‘분노에 관하여’에서는 20세기 후반의 페미니즘을 돌아봄으로써 현재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에 지혜를 주기도 하며, ‘온통 거짓’과 ‘필사적인 비유에의 집착’에서는 거짓을 일삼는 정치인과 성장만을 고집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꼬집기도 한다. 또한 군대의 제복 문화, 종교적 신념, 내면의 아이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담아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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