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펫 스토리’

다양한 종류의 개.

개 출생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개의 생명이 만들어진 실체를 안다는 뜻이다. 개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면 현재의 개가 어떻다는 것을 사색할 수 있고 앞으로의 개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정기본만사리(正基本萬事理), 즉, 기본이 바로서면 만사가 다스려질 수 있는데 개의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개와 관련한 모든 이슈를 다스릴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본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정보를 읽으면서 개의 기원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시도되어 온 문헌이나 발굴자료의 사료는 유전자 정보를 방증하는 보조자료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화석 연대측정이나 지역별 단편 사료들로는 실제 사실로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사람의 기원연구, 인류의 태반사 연구들도 단편사실의 나열에 그치거나, 민족주의에 기반한 학자들의 일방적 주장과 역사·문화적 왜곡이 은연중에 있기도 하다. 현재의 개와 그 속에 포함된 개를 찾는 일은 실마리만 제대로 찾으면 유전자 정보를 읽어서 개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고 개와 함께한 사람의 기원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회색늑대와 현대의 개들이 공유하는 유전자 정보 분석으로 인해 회색늑대와 개의 광범위한 교잡과 가축화 과정을 통해 현대개가 되었다는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지난 칼럼에 소개했던 것처럼 중동지역의 회색늑대 DNA가 현생 소형개의 DNA와 가장 비슷하다. ‘중동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개와 회색늑대 공통조상이 현대 개로 종 분화되는 과정, 즉 개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인간과 생활을 시작했는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언제부터 가축화되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분분한데 이는 학자들의 다양한 주장과 발견들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역사과학연구소 연구팀이 발견한 암각화.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역사과학연구소 연구팀이 발견한 암각화.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역사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 9천년 전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암각화를 발견했다. 암각화에는 인간이 줄에 묶인 개와 함께 사냥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9천년 전에도 인간이 개를 길들여 생활했다는 증거다.

이스라엘의 남부 도시인 아쉬켈론에서는 기원전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정성스럽게 매장된 1천 구의 개 무덤이 발견되었다. 이 지역은 과거 페니키아에 속해 있었고 페르시아제국의 식민도시였던 땅으로서 페니키아인들은 여러 신의 상징으로서 개를 숭상했기 때문에 개를 극진히 대접했다. 과거 페니키아인들이 살았던 레바논과 이스라엘에서 많은 개 무덤이 발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흉노·돌궐·위구르·몽골 등 막강한 유목국가들과 함께 고구려는 개를 영혼 인도 동물(저승길잡이)로 여겼다. 몽골어로 보카(boka)는 늑대라는 의미인데 고구려를 이은 발해는 보카(boka)의 왕국, 즉 늑대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늑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가장 오래된 개 화석은 현재의 독일 지역에서 발굴됐다. 그러나 시베리아 극동지방에서 고대의 가축화된 개 뼈가 발견됐다는 주장 등이 있어 고고학적 기록은 모든 사람이 인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상태다. 학자들은 최근 현대 개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분자계통유전학적 연구들을 진행한 바 있는데, 개의 가축화가 시작된 곳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등 여러 지역을 제시해 미스터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개를 길들여왔다는 ‘복수 기원설’이 주장되고 있는 것인데, 2016년 최신 고유전체학 기술을 사용해 아일랜드의 5천년 된 고대 개의 유전체를 효과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통해 학자들은 개들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가축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유럽에서 가축화된 토착 개 무리가 신석기 시대의 어느 시기에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토착화됐다가 유럽으로 유입된 무리들로 대체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5천년 전 개 유골에서 세포핵 DNA를 추출해 현생 개 605종과 비교한 결과인 것이다. 연구팀은 지역에 따라 견종이 분리된다고 봤다. 개가 아시아, 중동, 유럽에서 따로 길들여졌다는 얘기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