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변호사
박준섭변호사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선거제도 개혁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및 나머지 야 3당 간에 합의문의 해석 차이가 드러나는 등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와는 별도로 전국 단위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둬 별도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선거에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채택한 결과 당선된 후보자에 대한 투표만 유효하고 나머지 투표는 사표가 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정당에 대한 득표율과 정당이 차지하는 전체 의석수 차이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 결과 양당제의 거대정당이 의석을 독식하고 국민이 투표한 결과가 비례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당 득표율에 완전히 연동시키는 비례대표제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각각 따로 뽑아 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전체의석을 정당의 득표율과 연동해 결정하는 방식의 의석 배분제도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당에 정당별 득표율만큼 의석을 우선 배분하되 그 당이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석수가 배분된 의석수보다 모자랄 경우 비례의석으로 충원한다.

가령 A당이 30%의 표를 얻어 선거에서 전체 의석 100석 중 총 30석을 할당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당이 지역구에서만 25석의 의석을 획득했다면 A당이 나머지 5석은 비례대표명부의 순서대로 비례의석을 충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수가 불안정적으로 증가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독일식 제도를 도입했을 때 국회의원 정수가 불확정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초과의석’과 ‘균형의석’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당이 30%의 표를 얻어 전체 의석 100석 중 총 30석을 할당받았고 지역구에서만 35석의 의석을 획득했다면 이는 민의를 과다하게 대표한 5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의회는 35석이 30%만큼 대표할 수 있도록 다른 당들에 ‘균형의석’을 배분한다. 전체 의석수를 늘려 35석이 30%만큼의 비율이 되도록 다른 당들에 ‘균형의석’을 배분하여 재조정하는 것이다.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의원수를 불안정하게 증가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나라는 소위 균형의석을 인정하지 않거나 늘리더라도 약 30석 정도 범위에서 늘리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결국, 우리식 연동형 비례대표를 만들자는 것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비례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 입장에 서더라도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을 기준으로 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권고한 것에서도 보듯이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 점에서 지역구 후보가 동시에 권역(우리는 광역)별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있는 소위 이중등록제를 통해 일정부분 없앨 수 있겠으나, 현역 지역구의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따라 의원수 증가의 또 다른 문제점은 돈이다. 의원 수가 늘어나면 세비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비판이 거센 이 문제에 대해 현재의 세비의 총액을 기준으로 증가한 의원에게 안분해 세비를 지급함으로써 세비를 실질적으로 동결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봉급에 연동된 의원보좌관의 급여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결국, 보좌관의 수도 줄여야 하는데 현실에서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넘더라도 과제는 또 남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필연적으로 초래될 다수 정당이 다수 의원을 가지고 난립하는 상황에서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