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한국의 보수정치를 대표하는 한국당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한국당의 개혁 핵심인 ‘인적 쇄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과같은 한국정치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한국당의 재건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한국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치현실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권력남용을 막을 수 있고 정치발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당의 비대위가 발표한 ‘인적 쇄신안’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지켜보면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린 것같다. 전직 두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어 있는 데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쇄신 같지도 않은 쇄신안’을 놓고 친박과 비박이 싸우는 꼴을 보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같다. 한국당 소속의원 112명 전원이 물러나도 모자랄 판에 고작 21명, 그것도 이미 총선 불출마 선언이나 재판 중에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6명 정도에 불과한 당협위원장 배제라는 쇄신안을 두고 서로 네 탓을 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그렇다면 한국당의 인적 쇄신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이른바 ‘친박·친이 핵심들’은 스스로 당협위원장에서 사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총선 불출마도 선언해야 한다. 전직 두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는 데도 측근 인사들이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한다면 정치도의는 고사하고 그들의 인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국민을 위해서 정치한다고 말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한국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위해서는 ‘전면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현재의 한국당 의원들은 대부분 지난 두 정권과 인연이 있었다는 점에서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당협위원장의 선출이나 총선 공천에서는 현역의원의 재임용보다는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함으로써 흐려진 물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썩은 물을 정화해도 마실 수가 없다. 진흙탕 싸움에 익숙해져서 악취풍기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면 새로 영입하는 인물들을 오염시킬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인적 청산의 전권을 요구’했던 전원책 변호사가 김병준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으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된 사실은 인적 쇄신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비대위원장이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친박의 지지를 받아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나경원 의원은 인적 쇄신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당의 단합만을 강조하고 있어서 더욱 우려된다. 지난 잘못에 대한 반성과 청산없이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주장은 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병이 없다’고 진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돌팔이 의사’를 만나게 되면 ‘병든 한국당’이 일단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당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로서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당을 구할 수가 없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해가는 ‘세월호’에서 자기만 살겠다고 ‘승객들을 버리고 제일 먼저 탈출했던 선장’ 때문에 더욱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선장은 선장다워야 하고, 정치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한다. ‘자기 정치’를 위해서 인적 쇄신을 망설이거나 쇄신의 칼이 다시 자기를 향할까 두려워하는 장수(將帥)라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모름지기 장수는 충무공 이순신의 가르침, 즉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必死卽生, 必生卽死)’이라는 진리를 명심할 일이다. 한국당은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쇄신하지 않으면 더 이상 미래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