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동 례

기르던 사과나무에 꽃이 지거든

미련 없이 여행을 떠나라

꽃을 피웠던 힘으로 사과는

열릴 것이니

쓰다만 편지는 가슴에 쓰고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누구와 약속도 하지 마라

산그림자가 마을을 보듬는 저물녘

가슴에서 별이 지거든

용서할 일은 흐르는 강물에 풀어

누구나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귀띔해 주어라

산봉오리 징금다리 삼아

건너던 걸음이

느티나무 아래 민박 들거든

낯선 바람에게 길을 물어라

가장 투명한 말로 답할 것이니

기다림이라는 시간에 속지 말고

사과꽃이 다시 피기 전에

미련 없이 여행을 떠나라

자연의 순환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천리(天理)가 아닐까. 시인은 사과꽃 진 자리에 사과가 열리고 어둠을 따라 별이 피어나는 변함없는 자연의 운행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음을 본다. 생을 성찰하고 순리를 따라 살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