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예정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네번째 처리 시도를 앞두고 각당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중대현안에 대해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거대야당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적극 나서 당내 농촌출신 의원들에 대한 막판 설득작업을 벌였고, 민주당 지도부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갈려 의견수렴에 애를 먹고 있다.

일찌감치 찬성당론을 정해놓은 열린우리당은 “이번 만큼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당과 농촌출신 의원들을 압박했다.

▲ 한나라당 = 지도부가 국익과 국제사회 신인도 등을 고려해 찬성 당론 수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농심’을 대변하는 농촌출신 의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 실패를 근거로 소장의원들이 지도부의 리더십을 비판한 점을 의식, 최병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막판까지 농촌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청원 석방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 살리기’ 해법 제시 요구는 물론 심지어 퇴진압력까지 받고있는 최 대표는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가 먼저”라고 밝힐 만큼 적극적이다.

또 이미 비준안 처리를 끝으로 사퇴를 선언한 홍사덕 총무는 14,15일 양일에 걸쳐 농촌출신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익을 먼저 생각해달라”고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규택 의원을 비롯한 농촌 의원 상당수는 지도부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17대 총선에서의 표심 등을 의식해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혁규 의원은 “의원들이 농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지’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찬성하지, 그렇지 않으면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추가지원책을 촉구했다.

▲ 민주당 = FTA 비준안에 대해 당내 찬.반양론이 엇갈려 일찌감치 자유투표를 당론으로 선택했지만 더 이상 표결자체가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순형 대표도 “FTA 비준안에 대한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한다”며 농촌출신 의원들의 주장을 두둔하고 있지만 “국제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때 비준안은 조속히 가결돼야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분포를 볼때 과반수 이상의 의원들이 FTA 비준안에 찬성하는 가운데 농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15명 안팎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FTA 비준안 처리를 적극적으로 저지해온 이정일 김효석 의원 등 농촌출신 의원들은 최근 정부측과 여러차례 회동을 갖고 FTA 비준안 처리에 따른 농어촌 지원 대책 수립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아직까지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또한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 일부 도시출신 의원들도 FTA 비준안 반대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반대파 의원들도 본회의에서 물리적 방법으로 표결을 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창주 의원은 “FTA 비준안에 대한 반대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물리적으로 표결자체를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 열린우리당 = 사실상 여당으로서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해 놓은 상태다.

특히 우리당은 비준 동의안이 세번째나 무산된데 대해 야당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문제삼고 있으며, 이번에도 처리되지 않을 경우 야당의 무책임을 집중 성토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당은 당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표결 찬성 당론을 재확인하고 야당과 농촌출신 의원들에 대해서도 “이번만은 반드시 처리시켜 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정동영 의장은 “농민들도 한·칠레 FTA 비준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있다”면서 “정치권이 할 일은 총선을 의식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막는 시늉이 아니라 FTA 비준으로 인한 농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장기전략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