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3일간 진행된 국회 법사위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 대한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손익계산서는 빈약하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민주당이 주도한 청문회에 사전 준비없이 수동적으로 임하면서 검찰수사의 ‘편파성’을 부각하려던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민주당은 썬앤문측의 감세청탁 사실 등을 확인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예고했던 ‘한 방’은 터트리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야권의 ‘폭로정치 행태’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으나, 수적 열세에 따른 한계를 절감했고 첫날 청문회를 무리하게 실력저지함으로써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한나라당 =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502억원대 0원’, 즉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의 편파성을 집중 부각시키려던 유일한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자성이 나왔다.

또한 ‘민주당 청문회’라며 민주당의 맹공만을 기대한 채 자료준비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 정작 청문회에선 ‘공포탄’만 쏘아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한열 의원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엄청난 자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더라”며 “촌극의 불똥이 결국 한나라당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원인 홍준표 의원은 ‘맥빠진 청문회’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면서 “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마음이 모두 다른 곳에 가 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민주당 = 썬앤문 문병욱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대선자금을 전달했다는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의 진술, 감세청탁을 했다는 문 회장의 증언을 이끌어내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당초 목적에는 크게 미흡했다고 자평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야당이 가진 정보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언들이 나왔고, 70,80점은 된다”고 말했고, 법사위원인 김영환 대변인은 “시간과 자료에 제약이 많아 목적했던 것만큼 효과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청문회가 없었더라면 묻힐 수밖에 없었던 사실들이 밝혀진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열린우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증인 출석을 방해하고 청문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시도함으로써 진실을 호도하려 한 점이 부각됐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 청문회 과정을 통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폭로정치의 실체가 드러났고, 이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자체 평가했다.

법사위원인 이종걸 의원은 “국민들은 면책특권뒤에 숨어 무작정 폭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사위원 숫자가 한나라당 8명, 민주당 4명, 우리당 2명으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데다 야당의 의혹제기에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특히 김근태 원내대표 등 20여명이 10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청문회장에 몰려가 법사위원석을 점거하는 등 물리력으로 봉쇄한 것은 ‘실책’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청문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물리력으로 저지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국민들은 그같은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