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구

불볕에 말라버리지 않도록

여름 무성한 잡초 위에

버려지지 않도록

깊이 묻은 말들

갇힌 곳에서 너는 자유로워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 속에서

너는 이제 네 몫의 말과 노래를

돌려 받고

모두 떠난 뒤

산새 한 마리가 남아 지키는 고향

산골

한동안 잊었던 귀 익은 고향 사투리

깨진 사금파리로 묻혀 있는 그 곳

너는 이제야 비로소 너를 위해

눈을 뜨거라

갇힌 곳에서

너는 이제 우리 몫까지 자유로워라

갇히지 않아 부자유스런

우리를 위해

오래전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생전에 곁을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귀 익은 고향 사투리와 깨어진 사금파리도 같이 묻힌, 무성한 잡초 덮인 무덤 속에 갇힌 고인이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염원하고 있다. 오히려 힘겨운 생을 살아가는 자신을 갇히지 않아 부자유스럽다고 말하며 눈물 흘리며 애도하던 시인도 이제는 그의 시처럼 무덤 속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