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 식

1

내 말고도 던져놓은 한(恨)이 있구나

다리 밑 빤히 보이는 속내가 먼저

시퍼렇게 멍들어져 있으니

2

길이 난 길을 그저 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한이 쓰여지고

있구나

팔백리 쓰고도 다하지 못한

긴 하나의 획

굽어 휘어

내 속까지 들며

저물녘

저물녘

젖어

서예가 솔뫼 정현식의 서정성 높은 작품이다. 민족의 한이 서린 지리산과 남도의 골골을 적시며 흘러내려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바라보며 강이 긴 하나의 획이라는 느낌을 받음을 본다. 역사의 아픔과 한이 풀어져나와 흐르는 섬진강은 시인의 가슴을 적시고 한 많은 땅을 적시며 시퍼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