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인

구정물 먹고살았다고 다 더러운 건

아니야 내 평생 각다귀 파리떼

시달리고 먹을 것만 탐하는

사나운 팔자 타고 났지만 세상

마감하는 날 모든 것 버리고 훌훌

떠나는 걸 나보다 못한 인간들

수두룩해 죽기까지 버리지 못하는

질긴 욕심 고래등 같은 무덤 치장

똥 빛으로 눈부신 송덕비 우글거려

살아생전 갖은 허욕 그대로 베껴다

논 걸 난 그래도 족이든 발이든

마지막 솟구치는 뜨거운 피 한 대접까지

아낌없이 베풀고 가는 걸 오히려

무욕한 뱃속 뒤집어 삶은 내장 그대

소주보다 쓰다는 고역스런 세상살이

훌륭한 위로 되는 걸 게다가 보살 같은

미소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 날랜

동작으로 귀때기 살 베어 가는

너희들 보고도

돼지는 탐욕의 대명사다. 그런 돼지의 생태를 들어 인간의 허영과 탐욕을 비판하고 있다. 돼지는 죽어가면서 온몸을 인간을 위해 바치고 간다. 자기희생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사실이지. 인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운 존재인지를, 그리고 자본의 탐욕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돼지를 들어 우회적으로 질타하는 시인의 따가운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