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동 화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제복에 묻혀 아침 저녁

자전거 페달을 밝으며

강마을 강둑을 달리며

소리없이 깊이깊이 흐르는

강물을 보네

온통 매캐한 냄새와

거대한 굴뚝마다 쿨럭쿨럭

제철공장 하늘을 덮는 구름덩이

자맥질로 하루해를 보내며

겨울 때 씻던 강은 아니지만

바람이 봄을 몰고 오는 강둑에는

강바람에 강버들 눈이 트고

정말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징용 나가 소식 없는

큰아들 생각만 하시던 할머니

저 강물에 한 줌 재가 되어 흐르고

아버진 허허로이 삼촌 이름을

부르셨지 이 강가에서

공장살이 십여 년

꽃다운 젊음 다 바치고 김 형은

또, 강물 되어 흐르네

이렇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강바람 마시고

봄을 몰고 오는 강바람에

버드나무 물이 오르는 것을 보네

시인이 태어난 대잠언덕을 끼고 흐르는 포항의 젖줄 형산강을 그리고 있다. 감각적 사유와 미학적 감성이 잘 드러난 이 시에서 일제에 강제 징용된 삼촌의 가슴아픈 서사와 1970년대 산업현장 노동자들 애환을 절절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간절히 녹아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