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유

가을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

풍성하고 화려했던 언어들은

먼 바다를 찾아가는 시냇물에게 주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나뭇잎들에게는

못다 한 사랑을 이름으로 주고

산기슭 훑는 바람이 사나워질 때쯤

녹색을 꿈꾸는 나무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거친 대지를 뚫고 새싹들이

온 누리에 푸르름의 이름으로

덮힐 때쯤

한 곳에 숨죽이고 웅크려

나는 나를 묻는다

봄이 언 땅을 녹이며 땅으로부터

올라온다

어쩌면 시인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시인의 아름답고 섬세한 감수성이 인상적이다. 생성과 조락이라는 계절의 순환은 자연의 순리지만 시인은 그 순간 순간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희망을 예견하고 꿈꾸고 있어 매우 희망적인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