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 산

ㄱ문고 화장실에 앉아

여자의 아랫배 탁본을 본다

화장실 문짝의 배꼽 아래, 사타구니에, 허벅지에

꾹꾹 찍힌 화인(火印)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

항변이 거셀수록

여자의 배꼽 아래가 더 뜨거워졌던

것은 아닐까

좌우로 비벼 누른 자국이 지문처럼

선명하다

손잡이 하나만은 말끔하게 남아 있다

담뱃불끼리 묵언의 약속이 있었을게다

저 문을 열어야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 -----

여자의 아랫배 앞에서 주춤주춤

바지를 꿰는 동안

손잡이가 두려워진다

화장실 문 밖에 나서면 무수히

흉터가 찍힌 내 아랫배를

누군가 탁본하여 옷 속에

숨기고 다닐 것만 같다

화장실은 극도의 폐쇄성이 머무는 공간이다. 철저하게 고립되고 단절된 공간에 대해 우리는 이러한 폐쇄성을 순환하며 자기의 상처를 탁본해서 숨기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논쟁보다는 불균형의 욕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