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작가시리즈 ‘2018 신미경-오래된 미래전’
국내 미발표작·신작 등
25년 간 작품 여정 총망라
23일부터 우양미술관

▲ 신미경作 ‘트렌스레이션-불상’
▲ 신미경作 ‘트렌스레이션-불상’
경주 우양미술관은‘비누 조각가’로 유명한 신미경(52) 작가를 초대해 그의 조각 작품부터 대형 설치 작품까지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우양작가시리즈 2018: 신미경-오래된 미래’전을 개최한다.

오는 23일부터 내년 5월 19일까지 2층 3전시실에서 열리며 한국 미술계의 중추 역할을 해온 중진 원로 작가들을 지원하는 ‘우양 작가 시리즈’의 일환이다.

‘비누 조각’으로 세계 미술계에 확고한 위상을 구축한 신미경 작가의 작업을 되돌아보고 국내 미발표작과 신작 60여 점, 지난 7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에서 발표됐던 건축 프로젝트 등 총 230여 점의 대규모 개인전을 지역 관람객에게 최초로 선보인다.

신미경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소모되는 재료인 비누를 이용해서 서양 조각상과 회화, 아시아의 불상과 도자기, 나아가 폐허가 된 건축 잔해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대상물을 재현해왔다. 이는 단순한 모사가 아닌 의도적으로 대상물의 표피적 속성만을 대상으로 삼아 탈문맥화해 또 다른 원본으로 전이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는 서구 편향적 근대화 의식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견고한 권위와 위계에 대한 의문, 상이한 문화적 배경에 따른 번역과 해석의 필연적 왜곡, 예술품 혹은 유물의 성립방식에 대한 고찰, 나아가 소멸된 흔적을 통해 가시화되는 시간의 역설적 측면 등 비누가 지닌 유약한 재료적 특징이 담아낼 수 있는 개념을 시각화 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이 이동되는 장소와 감상자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변화되는 해석의 개방성까지 작품의 일부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개념은 과거 유물과 유적이 산적해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인 도시 경주의 장소성과 중첩되며 원본과 재현된 미술작품 사이에서 혼란과 애매함이 극명하게 야기된다. 이를 위해 작가가 재현한 새로운 문명의 부산물(회화, 건축, 불상, 도자기, 그리스 조각)을 박물관 ‘컬렉션’으로 가정해 형식적으로 박물관식 전시형태를 취했다. 

▲ 신미경作 ‘풍화 프로젝트’.
▲ 신미경作 ‘풍화 프로젝트’.
전시장내에 비누벽돌로 축조된 건축 프로젝트 ‘페허 풍경’은 기존 12t으로 제작된작품에 비누 2t이 추가돼 거대한 규모로 선보인다. 이 공간은 특별히 전망대 형식의 계단이 함께 설치돼 폐허의 잔해를 전체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서양 중세시대의 트립틱(triptych, 삼면화) 형식의 대형 좌대 위에 불상 30여 점을 한꺼번에 모아 설치한 섹션과 신작과 국내 미발표된 백자들로 구성된 ‘트랜스레이션-백자’ 섹션 등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접할 수 있는 볼거리다.

아르코미술관 외부에서 전시했던 ‘풍화 프로젝트’의 조각상은 이례적으로 미술관 옥상과 입구에서 ‘풍화’ 시키는 작업으로 이어져 비바람과 날씨에 의해 풍화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관객이 직접 화장실에서 작품으로 손을 씻어볼 수 있는 ‘화장실 프로젝트’도 이색적이다.

신미경 작가가 비누 작업을 시작한 지는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그는 런던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석사를 받은 뒤 런던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의 프라이빗 갤러리였던 헌치오브베니슨에서 성공리에 전시를 열어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다. 비누라는 이색 재료로 각종 고전적인 유물을 빚어낸 그의 독창성에 서구인들이 반한 것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휴스턴미술관, 영국 브리스톨 시 박물관, 영국 예술위원회 등에 소장돼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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