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애플을 비롯한 기술주가 흔들리며 증시가 다시 불안해졌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판매량을 밝히지 않고, 판매금액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된 것을 확인했다. 애플 부품업체들의 실적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며 걱정을 더했다. 특히 2020년 이후 5세대 통신이 도입되면 스마트폰의 규격(form factor)이 바뀌고, 소비자들은 어차피 스마트폰을 교체해야 하므로 그 전까지 교체수요가 실종된다는 부분도 피곤하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것은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가 둔화되는 것을 넘어 스마트폰이 만들어 놓은 가입자 기반의 생태계가 포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돌파구가 생기려면 스마트폰 안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콘텐츠가 다양해져야 하는데 미국-중국간의 패권 다툼으로 인한 규제 및 사이버 보안 때문에 데이터 왕래도 쉽지 않아 보인다.

리먼사태 이후 주가가 지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술주가 신경제 희망을 불어넣으며 풀렸던 돈을 흡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즉 돈이 기술주로 쏠리며 가격저항없이 호가를 올리며 증시를 끌어왔는데 지금은 그 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증시가 쉽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이며 이것이 현재 증시의 급소다. 그러나 기술주는 인류가 가야 하는 방향의 한 복판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돈은 다시 기술주로 모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끝까지 생존 가능한 대표 기술주 위주로 저점 분할 매수할 만하다.

우리가 증시 하락기에 옥석을 가려 사모을 수 있는 주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에 더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나이가 들어가며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겉으로 보면 지난 10년간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및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가 낮아졌지만 이런 안정성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데 투자자들은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즉 낮은 수익률을 참지 못해 고금리채권을 사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채권이라는 것이다. 또 그 동안 미국이 돈을 풀어 신흥국으로 보냈지만 구경제에서 일을 하지 못하고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왔다. 그 결과 신흥국 환율은 사상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안전마진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런데 주식이 싸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구경제가 위축되면서 구조적인 내리막길(de-rating)이 지속되는 주식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도 최근 버크셔헤서웨이의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고객들이 맡긴 돈을 돌려준 셈이다. 그도 가치주 투자의 어려움을 시인한 것이다.

가치주 대신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주식은 ‘대체가 불가능하여 안정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다. 즉 이미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거나 모방하기 어려운 차별성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피하려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네이버보다는 아마존, 구글에 더 프레미엄을 부여한다.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기업을 한국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을 공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캐스트’를 비롯한 케이블 콘텐츠업체들은 흔들림이 없다. 넷플릭스가 저가의 드라마,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들을 괴롭혔지만 그들은 드라마, 영화 이외에도 확실한 수익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의 경우 ESPN, Pixar, Star Wars, ABC 등 대체 불가능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흔들리지 않고 안정 성장할 수 있고, 여기에 프리미엄이 주어진다.

한편 노령화된 투자 인구는 유동성이 중요하다. 사람이 늙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형주를 피하는 경향이 생긴다. 결국 증시가 하락할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간판 대형주를 매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