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석
어머니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난 뒤에
나는 처음으로
서녘 하늘 노을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부대끼는 강가의 갈꽃들을
한 줌 햇살처럼 뿌려진
신모롱이의 별꽃 앵초꽃들을
나는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떠난 빈 자리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계절따라 소리없이 돌아가는
별자리도 저리 많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어머니
당신이 지어놓은 이 세상의
온갖 만물들의 이름을
이제 나 혼자
가만히 하나씩 불러봅니다
당신의 뜻을 따라 불러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의 자리가 간절히 인식되지 않았으나 어머니 가시고 빈 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지고 그리운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어머니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눈길, 손길이 미친 자연 속에, 우주 속에 아니,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