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형 렬

바다 속에는 화채봉(華彩峯)이 있다

바다를 들면 같이 늙어가는 소년을 만난다. 비가 오다가 금색 노을이 가득한 화채봉, 밀랍향기 아득히 해가 진다.

바다 속에는 해가 지는 집이 있다.

산호 숲을 지나서 어머님 고운 관의 물결무늬 그리는 그 곳에도 파도치는 아침, 고향이 있다.

바람을 따라 너의 마음 풀어 줄 수 있다면 서쪽으로 가거라.

선정사 곱게 단청 날고 단풍지는 가을로 5, 60년 떠나면, 같은 세월이 날아갈 듯 흐른다

중국의 고전 ‘장자’에서 유추된 바다를 그리고 있다. 심오한 깊이와 넓이를 가진 고전이나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바다는 닮아 있는 것이 많다. 넉넉한 삶의 지헤와 덕을 품고 있는 ‘장자’만큼 늘 푸르고 넉넉하게 일렁이며 우리 곁에 다가서는 바다는 무한한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