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해 철

너는 투구와 갑옷으로

방패와 곤봉으로

중세의 기사처럼 우스꽝스럽게 서 있구나

동생아

그대로 장난감 병정처럼 서 있어다오

누가 네 팔목에 잔인의 고춧가루를 뿌리더라도

납처럼 있어다오

우린 형제니까 미워하지 않으니까

싸움닭으로 거리와 광장에서

몇 평 닭장에서 푸드덕거리지만

우리는 아프다

털 뽑히는 싸움보다는 어울려 노래하고 싶다

가슴에 안기어

새와 바람의 자유 햇빛과 그리움

따뜻한 사랑에 젖고 싶다

1980년 광주의 아픔을 겪은 시인은 그 쓰라린 시대의 비극을 화해와 치유의 시 정신으로 쓰다듬고 있음을 본다. 방패와 곤봉을 든 형제도 싸움닭으로 비유되는 민중들도 모두 한 민족이고 형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간절한 화해와 평화지향의 목소리를 듣는다. 서로의 가슴에 안기어 새와 바람과 햇빛의 자유를 꿈꾸는 시인의 빛나는 메시지가 감동적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