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공사판, 자갈에 깨지고 흙에 뒹군

하루를 등에 진, 사내가 방에 들어선다

장화에 곤죽이 되어 들러붙은 허기진 저녁도

그를 따라 들어선다

사내의 방에서 구절초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나날의 노동에 겨워 자신의 몸이 늪이 되는 밤

하얀 꽃망울 터올린 가로등이

탈진한 육신의 향기 진동하는 방에

무단 침입해 있다

저녁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잠에 떨어진 사내

장마 곰팡이들은 꿈속까지 번져든다

구절초 푸른 혈관을 쥐어잡고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려 몸부림친다

일터에서 하얗게 버티던 시간들이

그가 잠든 동안 삐걱거리는 그의 식탁 위에

고봉밥으로 올라와 있다

그이 몸이 맑게 개여 다시 깰 때를 기다려

구절초 수북하게 차려져 있다

이 땅의 노동하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시 같은 느낌을 주는 감동적인 시다. 힘겨운 노동에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버린 이 땅의 아버지들을 구절초에 비유하고 있다. 가족들의 밥을 위해 피땀 흘리며 산화하는 아버지들은 구절초처럼 쓸쓸한 아름다움과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