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재 형

척박한 땅도 우직한 주인 만나면

기름진 땅이 되듯

어렵게 장만한 터에

돌 골라내고 정성 들여

푹 삭힌 거름치고

해마다 때 놓치지 않고

갈아엎고 갈아엎기를 여러 해

부드러운 붓끝이

마침내 길 잘들인 쟁기가 되어

기름진 땅을 일군 농부

비탈진 땅에

홑청 치마저고리 입고

수건 두른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품앗이 밭을

매고 있다

밭둑길 멀리 젖먹이 막내 등에 업고

물 주전자 들고 오는

어린 누이도 보인다

박수근의 그림을 특유의 따스하고 감성적인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음을 본다. 가까이서는 그림의 내용이 잘 판별되지 않는 박수근 그림의 특징을 시인은 꼼꼼히 들여다보며 그림 바깥의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 속의 밭 매는 여인들의 내면까지도 읽어내는 심미적인 시인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