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세계 전체적으로 증시가 조정국면을 보였지만 한국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물론 여기에는 피상적인 요인들도 있다. 예를 들어 증시의 불안감이 신흥국 일부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은 사실상 선진국이지만 무늬는 신흥국이므로 매도세에 노출된다. 특히 신흥국 가운데 유동성이 가장 좋기 때문에 먼저 현금화하려는 대상이 된다. 매를 먼저 맞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중국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대용(proxy)으로 한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으로 두 나라의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투자에 제한이 많기 때문에 투자가 편한 한국을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이 거세지며 중국 자산을 팔던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도 이탈했을 것이다.

한국기업 가운데 중국 내수 성장에 참여해서 득을 볼 수 있는 업체들이 많다는 매력 때문에 한국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소외되기 시작하자 실망 매물을 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등지는 이유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볼 만한 부분은 기업지배구조 문제다. 지난 9월 포스코의 45조원 투자 및 2만명 채용 계획이 밝혀지자 한국 담당 글로벌 펀드 매니저 가운데 충격을 받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포스코가 이제 투자가 마무리되어 잉여현금을 매년 2조원 가량 얻게 되었는데 이것이 주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정부 정책을 위해 쓰여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특히 아직 순부채가 18조원 가량 있는 상태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투자계획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하도 포퓰리즘의 증거라고 불평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임금은 반값으로 하는 대신 고용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직원들의 복지 관련 일부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거든다고 한다. 계속 지킬 수 있을까?

여기에 현대차가 총대를 멨다. 광주지역에 생산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궁극적으로 울산의 귀족노조 종업원들의 임금을 반으로 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광주공장 노동자 월급이 결국 두 배로 뛸까? 어느 방향으로 가더라도 기업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 임금을 50%만 받는 사람은 자신을 ‘반값 노동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혁신을 기대할 수 있는가?

현대차 광주공장이 생존할 수 있을까? 현대차의 생산시설 확장은 위험만 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석유연료 자동차의 판매가 둔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시대, 그리고 자동차 공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이미 꺾였다. 더욱이 현대차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후발 현지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잃고 있다.

‘국내 생산시설’이라는 것은 더욱 논리적이지 않다.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왜 수출 부담을 키우려 하는가? 국내에서 판매확대 기회를 찾을 수도 없다. 이제 수입차에게 점유율을 내어 주는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 공장은 한번 지으면 철수하기 어렵다. 2만여개의 부품업체가 딸려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우스꽝스러운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가 고용을 진작시키기 위해 경영권 세습을 원하는 재벌의 팔을 비트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재벌을 바꿀 때가 온 것 같다.

일각에서는 “재벌의 순환출자를 끊는 과정에서 주인 없는 공기업이 속출하면 정부의 뜻대로 기업의 내부자금을 쓰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그 당시는 ‘설마’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 7월 여당 대표가 “삼성이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천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라는 언급도 다시 떠오른다. 대통령의 “함께 잘 살자”라는 말씀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었지만 이제는 ‘잘’이라는 표현이 무책임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