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BR>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청명한 하늘이 유혹하는 여행의 계절, 가을이다. 이 좋은 계절에 의원님들이라고 해서 여행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공무를 위한 ‘해외연수’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혈세를 쓰면서 ‘해외관광’을 하고 있으니 문제이다. 바야흐로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님들이 연수라는 명분으로 서로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으니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필자는 대구의 한 기초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연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제출된 연수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토론 끝에 당초의 연수계획을 연수목적에 맞게 완전히 수정해 시행함은 물론, 연수가 종료된 후에 ‘결과보고서’의 제출과 함께 반드시 ‘연수보고회’를 개최하는 조건으로 통과시켜 줬다.

이처럼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계획수립, 내용심사, 연수실시, 결과보고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모두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의원들이 연수계획의 수립과정에서 연수목적의 달성에 필수적인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없으니 연수는 형식화되고 관광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심사위원회가 내용을 심사하는 과정에 연수 당사자인 의원들이 참여하는 것은 심사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며, 연수 후에는 ‘형식적인 결과보고서’만 제출할 뿐 ‘실질적인 연수보고회’가 없다는 사실은 주민의 감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가치있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의원도 없지 않다. 지난 해 대전시의회의 김동섭 의원은 동행하는 연수단과 함께 수차의 협의회를 통해 사전에 연수준비를 직접 했을 뿐만 아니라, 연수단이 5명 이하로서 심사제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연수계획서의 심사를 자청했다. 또한 해외연수에 관행화돼 있는 의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의 동행도 없었으며, 연수결과를 3개 분야 120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서 연수보고회까지 열었다. 이는 매우 모범적인 해외연수사례로서 지방의회의 발전에 대한 함의가 크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원 자신의 해외연수에 대한 분명한 자각이 절실하다.

주민의 봉사자를 자처해서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당선 후에는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파렴치한(破廉恥漢)이 돼서야 되겠는가? 의원들은 연수목적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해외연수는 계획의 수립단계에서부터 방문기관의 접촉이나 방문국 관계자와의 공동회의 등과 관련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외연수 실태를 볼 때 지방의원들에게 이러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의 바람직한 해외연수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강구와 함께 ‘지속적인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제도적 장치로서는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가 불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한편, 해외연수 심사위원회의 구성에서 의원은 배제돼야 하며, 연수 후에는 반드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수결과보고회’의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지방권력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감시자로서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대부분 ‘중앙권력’에 집중되고 있어서 ‘지방권력’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이 지방의원들의 부패행위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에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지방의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