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유럽에서 바이오 신약인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되었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즉 면역 기능의 과발현으로 인해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여 염증이 일어나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지금은 면역력을 개선하여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질병을 제거하는데 관심이 쏠려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무서운 질환이다. 대표적인 예로 류마티스성 관절염, 아토피, 천식, 대장염(크론병), 간경변 등 다양하다. 그 시장 규모도 의외로 커서 연간 220억달러 (22조원) 정도에 이른다.

자가면역 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기능을 균형수준으로 복원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지금의 치료제들은 무조건 과발현된 면역기능을 억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면역기능이 과발현 상태에서 결핍상태로 급반전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경우 암이나 에이즈같은 질병으로 넘어갈 수 있다.

면역의 균형을 잡아주는데는 미생물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미생물의 기능들(bio marker)가 드물게 밝혀져 있다. 따라서 지금은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주로 항체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를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남의 항체를 사용했기 때문에 점차 약효가 떨어진다. 또한 항체개발비용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따른다.

그 동안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시장을 주름잡아 온 것이 글로벌 제약사인 애브비(AbbVie)가 개발한 휴미라였는데 특허가 만료됐다. 각 국 정부는 노인이 많아짐에 따라 약가 인하가 절실하다. 합성신약의 복제약 및 바이오 시밀러 등 가격경쟁력 있는 제품들에 인센티브를 줄 수 밖에 없다. 반면 애브비는 휴미라 오리지날 약품을 쓰고 있던 환자가 특별한 의료적 사유가 없는한 바이오 시밀러로 바꾸지 못한다는 기존 법령을 고수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의 바이오 시밀러 업체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전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주가에 반영되었다. 오히려 바이오 시밀러의 수익성이 기대를 하회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과 유럽의 정부가 약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싼 약이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가도록 하는 정책을 쓰되 몇몇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계획이다. 즉 경쟁자를 시장에 많이 남겨두어 지속적인 약가 인하가 가능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둘째, 합성신약의 복제약이 바이오 시밀러를 상당히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개발원가 측면에서 바이오 시밀러는 복제약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이오 시밀러는 임상실험도 별도로 해야 하고, 또 생산라인마다 품질이 달라 품질관리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제약보다 개발기간이 길고, 비용이 증가한다. 바이오 시밀러를 하나 개발할 때 9년 정도 걸리고, 개발비용은 2천억원 정도 소요된다. 이는 복제약의 3년, 수십억원에 훨씬 불리한 조건이다.

2009년경 휴미라의 바이오 시밀러가 소개됐을 때 그 당시 복제약도 있었지만 독성문제로 인해 시장진입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효능 및 독성 측면에서 바이오 시밀러와 비슷한데 훨씬 싸고, 복용도 편한 복제약이 개발되고 있다.

향후 바이오 시밀러는 기존 오리지날 시장 잠식을 위해 가격을 크게 내리면서 침투해야 할텐데 복제약과의 피곤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또 오리지날 제품도 이미 개발비용을 모두 회수한 상태이므로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덤핑으로 나올 것이다.

바야흐로 기다렸던 바이오 시밀러 시장의 뚜껑이 열리는데 손익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반면 가격경쟁력을 쥐고 있는 복제약 개발업체로 증시의 관심이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벨기에의 갈라파고스(Galapagos)를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