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바름 기획취재부

매년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건국·구국·호국 경찰로서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경찰사를 되새기고, 선진조국 창조의 역군으로서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소개된다.

1948년 처음으로 기념행사를 가진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날이면 일선 경찰서에서는 주로 부서별 등산이나 회식 등 한 해 동안 수고한 경찰관들을 위로하거나 다독이는 단합의 자리가 마련된다. 지방청부터는 말 그대로 ‘행사’ 단위로 규모가 커진다. 외부인사들을 두루 초청하는 기념행사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 경찰의 날 행사는 21일이 아닌 25일에 열린다. 무려 4일이나 미뤄졌다. 그마저도 경북지방경찰청은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경찰 내부망에서는 행사가 연기된 이유를 두고 구성원 간에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본 기념일인 21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행사에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꼽혔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이를 두고 민갑룡 경찰청장이 친정부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바라기성향이라는 비아냥이다. 경찰의 날 주인공이 돼야 할 경찰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아쉬움이 표현된 셈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5일 국회 국정감사 일정이 있다. 사전에 일정을 조율했다면 충분히 경찰의 날 행사 개최가 가능했을텐데라는 쑥덕공론이 그치지 않는다.

매년 11월 9일 전국 소방서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소방의 날이 있다. 이날은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이 한 데 모여 서로 축하하고 격려한다.

소방관이 1년에 단 하루 만이라도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올해 경찰의 날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일본강점기의 순사, 미군정청의 경무부 시절, 이승만 정부 등을 겪으면서 과거 정권과 밀착해 ‘권력의 주구’라는 비판을 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일찌기 없었던 이번 경찰의 날 ‘증발’ 사례를 보고 그 당시를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경찰이 지켜야 할 대상은 국가가 아닌 국민인데, 무엇을 지키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가 진정 ‘대한민국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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