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인덱스(Index)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지수를 지칭한다. 시장에 상장된 자산들의 시가총액 비중대로 포트폴리오에 편입되므로 수동적(passive) 전략으로도 알려져 있다. 펀드 매니저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거기에는 오해가 있다.

최근 증시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이 더욱 긴장하는 이유는 시장이 한 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이다. 즉 작은 매물로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덱스 펀드가 이러한 시장 쏠림의 주범이다.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인덱스 펀드의 규모는 2 배 이상 증가했다. 그 이유는 주가가 큰 변동성 없이 안정 성장을 했으므로 매매를 자주하기보다는 자산을 묻어 두고 복리 효과를 얻는 것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보다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했고, 거래수수료나 세금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덱스 펀드가 커지면서 포트폴리오들이 비슷해졌다. 예를 들어 기술주 주가가 상승하여 인덱스 내 비중이 상승하면 다른 펀드들도 이를 적용해야 하므로 기술주를 따라 사야 하는 것이다. 그 비중을 자동적으로 계산하고 주식을 사고파는 일을 컴퓨터가 담당했다. 즉 인덱스 펀드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만들어 놓은 쏠림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그 동안 주가가 쉽게 올라 온 이유 중 하나도 인덱스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만들어 준 쏠림 덕분일 수 있다.

따라서 증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덱스 펀드가 더 위험할 수 있다. 쏠린만큼 탈출구가 좁고, 환매가 환매를 부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인덱스 펀드의 쏠림 현상 때문에 증시의 하락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증시가 무너졌을 때 주가가 반토막 났다가 2배로 올라서 처음 수준을 회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리고 여기에 3-4년 정도 소요됐었다. 지금은 그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은 우리가 금리 상승의 부작용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시장을 헤지(hedge)하고 피해있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주가지수가 하락했을 때 쌍바닥을 확인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자들도 사태를 확인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과 2월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도 금세 반등했지만 3월에 다시 전저점까지 내려가 두번째 바닥을 만든 후 서서히 회복세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지금은 첫번째 바닥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반등을 위한 두번째 바닥을 찾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지금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만들고 있는 재정지출 및 세제혜택 효과가 언제 인플레로 인해 반감될지 모른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또 2016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중심의 경기회복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발 무역갈등까지 더해져 신흥국들의 고통은 배가될 것이란 부분도 신경 쓰인다.

그런데 증시에 더 쇼크를 줄 수 있는 것은 수급적 쏠림에 의한 매물부담이다. 지금까지는 주가에 거품이 생겨도 그것이 정상(new normal)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주식의 절대가치보다는 상대적 가치에 집중했다. 시장에 저평가된 자산들을 계산하여 찾아내고, 그런 것들에 집중 투자하려 돈을 빌려 몇 배씩 베팅했다. 이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했기 때문에 그 만큼 쏠림이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금융시장에 거품은 있을지언정 실물시장에서의 거품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전 주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얌전해 보였던 인덱스 펀드조차 매물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얼마만큼 낙폭을 만들지 불확실하다. 따라서 일단은 안전장치를 만들고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