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문심조롱(文心雕龍)의 주(註)에 잠(箴)은 병을 고치는 침의 뜻이라 했다. 설문해자에서도 ‘잠은 침과 같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경계하고 풍자하는 글이다.’ 라고 적고 있다. 이 잠에 대한 서양의 가장 대표적인 기록이 첫머리에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금언집(金言集)이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오던 교훈과 격언을 편집한 구약성서의 잠언(箴言)이다.

동양의 대표적인 것은 북송 중기 유학의 대가인 정이(1033~1107, 正叔)가 지은 사물잠(四勿箴) 즉, 시잠(視箴), 청잠(聽箴), 언잠(言箴), 동잠(動箴)이 있다. 이 중 언잠은 인간관계에서 사람은 예가 아니거든 말하지 말라는 경계(警戒)의 잠이다. 이 언잠의 주요 내용은 사람의 말은 외물에 느낀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기에 말을 할 때는 성급하고 경망스러운 태도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마음을 항상 고요하고 안정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뱉는 말은 안일한 생각으로 가볍고 쉽게 하면 거짓말이 되기 쉽고, 번거로우면 조리가 없고 지리멸렬해진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기준으로 말을 마구하게 되면 남과 충돌을 불러오며, 도리에 어긋난 말을 하면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로보아 법도(예)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말도록 항상 경계하고 지키라는 요지가 언잠이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소통을 위해 수많은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남의 관계는 주로 이 말을 통해 형성된다. 사회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인 이상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할지 말의 기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보겠다.

우리의 옛 선인들도 신중하고 간략하게 말하기를 힘썼다. 또한 자기 자신의 행실을 돌아보면서 늘 언행일치가 되도록 노력하였다. 조선 후기의 학자 윤휴(1617∼1680)는 그의 백호전서에 ‘말에 대한설(言說)’을 지었으며, 후기의 성리학자며 서예가였던 강박(1690~1742)은 ‘국포집, 사잠사명, 신언잠’에 ‘생각해서 좋은 말을 얻더라도 때에 맞게 해야 한다. 때에 맞지 않으면 망언이 되거늘 하물며 생각지도 않고 내뱉으랴.’라고 말에 대한 교훈을 적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 말로 인해 몰락해 가는 과정을 우리는 여러 번 직접 목도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되돌아볼 줄 모르며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예전에 하던 그대로 날카로운 말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생각없이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함부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이 나라의 국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양 대단한 의사결정의 주체인 양 으스댄다. 참으로 이해 못할 이런 식의 사람들은 앞으로 말로 화를 당하는 전철을 또다시 밟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해찬 여당 대표는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이해찬발 20년 집권론’을 넘어 이제는 50년 집권론을 말한다. 방북 특사단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 고위인사를 만난 자리에서까지 국가보안법과 정권을 뺏기면 북측과 교류를 못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언급했다. 허나 정권은 정치인이나 각 정당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개혁이라는 슬로건 아래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근시안적인 포퓰리즘이나 국정농단, 기타 국가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 국민들은 반드시 야당으로 권력이동을 선택할 것이다. 권력은 정당끼리 뺏고 빼앗기는 게 아니라 국민들만이 그 선택권리가 있다. 국민만 바라보고 성숙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한다면 500년 집권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 허나 현 정부를 ‘촛불정부’ 또는 ‘386 민주화 혁명정부’라고 사람들은 표현하기도 한다. ‘혁명은 필연적으로 썩는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기고 말의 신중성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